나의 이야기

부동산 어떻게 해야 하나?(3)저금리의 딜레마를 극복해야 한다

닥터 양 2021. 1. 11. 03:51

부동산 어떻게 해야 하나?(3)저금리의 딜레마를 극복해야 한다

 

  어떤 부동산 사이트에서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흔히들 금리에 따라서 부동산 가격 역시 변화할 수 있다고 말씀을 드리면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요이 글을 읽고 의외로 금리가 부동산 시세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가장 초보적인 지식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 시세가 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는 투자를 할 때 당연히 수익률을 기준으로 결정을 할 것이다. 은행예금은 모든 투자방법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안정한 방법이다. 일단 은행에 자금을 모아두었다가 보다 나은 수익이 예상되는 곳으로 자금을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인 투자방법이 아닐까 싶다. 은행 금리가 높고 특별히 투자할만한 투자처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은행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하지만 은행 금리보다 훨씬 높은 투자처가 나타난다면 은행의 금고의 잔고는 줄게 될 것이다. 이렇게 투자란 은행 금리와 다른 투자 수익간의 줄다리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도성장기 우리나라 은행 금리는 매우 높았다. 당시의 정권은 높은 금리를 통해 예금을 모아 산업자금으로 동원하기 위해 애썼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의 코묻은 돈까지 쓸어 산업화자금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이런 분석까지 나왔다. 우리는 부동산 투자가 가장 좋은 수익률을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금리가 높았던 개발시대에 은행에 묻어둔 예금의 수익률은 부동산에 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부동산은 늘 오르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규제에 따라 오르기도 내리기도 하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은행 금리는 꾸준하였고 그렇기에 수십년간 묻어둔 은행 예금의 수익률은 부동산에 필적했다는 것이다. 근거 있는 주장인 것 같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도 이러한 주장이 맞을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저금리가 일반화된 나라가 되었다. 선진국들처럼 우리도 은행에 예금을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은행들은 예금 모으기보다 이를 운용할 방법에 고심하게 되었다. 일본의 금리가 0.00수준이며 심지어 보관료를 받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자계은행의 경우 일정 액수 이상 거래가 없을 경우 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한다. 하지만 은행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아무나 은행 돈을 자유롭게 빌려다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은 은행의 돈을 끌어쓸 수 있는 좋은 수단의 하나이다. 금리와 부동산의 연동성이 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일본이 1990년 전후 버블경제시대를 맞이한 것은 1985년 플라자 합의로 높아진 엔화로 인한 이른바 엔고불황을 해소하기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오랫동안 실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본은 사상 최저의 초저금리 시대를 맞았고 이를 이용한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투자가 맹렬하게 일어났기에 버블경제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1990년 일본은행은 서서히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그것은 곧 버블의 종식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이른바 잃어버린 20의 단초를 열었다. 그 충격이 너무나 큰 나머지 초저금리를 30년 동안 유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경제는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야후재팬을 통해 알아본 일본 부동산의 시세는 필자가 유학하던 시절의 거의 절반 이하였다.

  우리도 2000년대에 들어 일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여러 번 금리에 따른 부동산 시세의 부침을 경험하였다. 부동산 시세와 금리는 반대로 움직여 온 것이다. 20088월 금리는 5.25%로 지금보다 훨씬 높았고 2008년 부동산 시세는 서울 2.22, 지방 0.46이었고 이듬해인 20092월에는 금리가 2%로 급락한데 비해 부동산 시세는 서울 +5,54%, 지방 +3.16%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22.0%의 금리 이후 본격적인 저금리시대가 시작되어 2020년 현재 0.5%라는 초저금리에 이르렀는데 그사이 부동산 시세는 부침 없이 상승하여 2018년에는 서울 14.7%, 지방 6.7%라는 놀라운 상승을 기록하였다. 2.0%에서 0.5%로의 하락이 부동산의 지속적 상승을 가져온 셈이다. 현재는 부동산 버블의 기미조차 보이고 있다.

  2010년대 초반에 하우스푸어’ ‘역전세대란까지 경험한 우리가 다시 부동산시세의 급상승시대를 맞이한 것은 조금은 의외이다. 필자의 경험을 소개해 보겠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 2000년대 말에 8억 정도를 오갔는데 2010년대 초반에 6억 정도까지 하락했다가 그러다 현재 대략 15억 정도까지 상승하였다. ‘부동산 불패 신화의 부활이라고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기쁜 일일지 모르나 이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 결코 환영할 일은 아니다.

  이런 변화의 기반이 된 것이 바로 초저금리이다. 물론 초저금리정책이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기 위해 실시된 것은 아니다.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책은 세계적 추세이다. 지금이라도 금리를 높이면 부동산 투기는 사라질지 모르나 자칫 일본의 잃어버린 20에 버금가는 장기적 경기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 앞으로 금리가 어느 정도 오를지 모르나 적어도 과거처럼 고금리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은 없으니 금리를 통해 부동산 안정은 불가능하다.

  저금리의 딜레마를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문제의 핵심은 저금리 자체가 아니라 저금리로 획득 가능한 저비용 자금이 부동산에 몰린다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미국이 유가증권, 일본이 예금에 몰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구조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역사적 기반을 가진 전통에 의한 차이이다. 유가증권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국가 경제에 바람직한 현상이다. 높은 주가는 비정상적인 수준이 아니라면(1929년 미국뉴욕증시처럼)기업활동에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예금이나 부동산에 몰리는 것은 우리 같은 수준의 경제에서는 생산적인 활동에 도움이 되기 어렵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로서는 전통적 투자 관행의 혁신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토지 자본이 산업자본으로 흘러간 경우는 드물다. 조선의 양반 지주나 우리의 건물주들이 그 수익을 이용해 창업이나 다른 투자 활동을 전개하는 경우를 생각하기는 어렵지 않는가? 편하게 고수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위험을 각오하고 경제활동을 전개할 리가 만무하다. 예외라면 일본의 메이지시대에 토지자본의 산업자본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경우이다. 하지만 이는 시부사와 에이이치 등의 사무라이 출신 기업프로모터들의 애국을 내세운 적극적 매개로 가능했지 지주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경제활동에 가담하였기 때문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초저금리시대를 맞이하여 생겨나는 유동자금의 바람직한 활용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처럼 금리에 관계 없이 심지어 보관료까지 징수해도 여전히 예금에 여유자금을 파묻어두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베노믹스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일본경제가 근본적으로 살아나지 않는 것과 달리 우리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해야 부동산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우리의 투자열을 돌릴 수 있을까 이다. 불량 청소년의 열정을 억압하기보다 건전한 삶으로 향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