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미녀를 원하십니까? 사랑을 원하십니까?

닥터 양 2021. 1. 10. 01:00

미녀를 원하십니까? 사랑을 원하십니까?

 

  “외모의 유효기간 3개월! , 사랑이 있다면 무한연장 가능별로 잘난 것도 없는 제가 나름 연애경력은 제법 화려(?)했고 또 주변에 여성들이 많아 지금으로 치면 여사친으로 둘러싸여 살았던 탓에 위와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은 외모의 평준화를 가져온다는 의미입니다. 3개월 정도 지나면 사랑에 눈멀지 않는 한미녀도 추녀도 유의미한 차이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미녀의 미모는 식상하고 추녀의 추모는 정감있게 보입니다.

  외모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연애경험이 적거나 없어서 심지어 주변에 이성이 별로 없어 이성에 대한 판단력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겠지요. 특히 공포의 남중남고공대’ ‘여중여고여대이런 출신들이 평생(?) 이성을 접하지 못해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 상황에서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기준이라고는 외모 밖에 없기에 외모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겪어본 사람은 압니다. 외모가 뛰어나지만 속된 말로 밥 맛없게 구는인간이 얼마나 밉상인지. 뛰어난 외모가 재수없게 보인다는 것이죠. 실제로 조사에 의하면 뛰어난 외모를 가진 사람이 착하게 굴며 감동이 2배지만 재수없게 굴면적대감이 2배라고 합니다. 미녀의 착함은 2배의 기쁨 미남의 못된 행동은 2배의 불쾌감을 가져오는 것이죠. 그걸 겪어 보지 못한, 배고픈 연애꾼들은 외모에만 신경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사랑을 모른 채 그저 연애 자체에 몰두하는 이른바 전문 연애꾼(‘선수나 바람둥이)들이 아닐까 싶네요. 제가 만났던 어느 젊은 친구는 사랑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사랑이 아니라 이성을 만나 그 즐거움에 몰두하는 사람이 사랑을 제대로 느낄 리가 만무합니다. 정해진 코스대로 연애를 하고 헤어지는 수순이 전개되니까요. 말하자면 인스턴트 식품만 먹고 사는 것 같다고 할까요? 그들의 목적은 아마 연애의 쾌락일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외모가 중시 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미녀가 여우를 못 이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외모는 눈을 즐겁게 하지만 사랑은 마음을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외모가 출중한 사람은 일시적으로 남을 즐겁게 합니다. 일본의 대표적 작가 나쓰메 소세키(발음이 거시기하네요)는 그의 대표작 산시로에서 미녀를 보면 손에 따듯한 것을 쥔 것 같이 행복하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채우지 못하는 행복감이 오래 갈 리가 없습니다. 물론 외모가 사랑을 방해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랑은 외모순이 결코 아니라는 것 뿐이죠. 사랑도 외모도 함께 할 상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사례를 기억하십니까? 그의 천생연분 배필은 미녀가 아니었습니다. 그토록 많은 미녀들 사이에서(여배우들) 살았던 그이지만 정작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평생 사랑을 받은 여성은 지극히 평범한 외모(오히려 못 생겼다고 해야 할 듯)의 소유자였던 것입니다. 조물주는 지혜로운 것 같습니다. 외모가 아닌 다른 기준으로 사랑을 하게 만들어 외모가 뒤떨어지는 사람에게도 사랑을 할 수 있게 만들었으니까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아십니까?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이 애니메이션은 안델센의 동화를 기초로 제작된 것입니다. 주제는 진정한 사랑은 외모나 물질이 아니라 마음으로 생겨나는 것이다주인공인 야수는 왕자로서 뭐하나 부족함이 없는 환경 속에서 마음의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벌을 받아 진정한 사랑을 하고 또 그런 사랑을 받아야 풀리는 저주를 받게 되죠. “하지만 누가 이런 야수를 사랑해 줄 것인가?”라는 멘트처럼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장미꽃이 다 시들때까지라는 시간적 제약도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합니다. 꽃은 시들어가고 그가 사는 성에는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해 줄 여성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으니.

  이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인 벨(프랑스어로 아름다운, 미녀라는 뜻)은 야수와는 다른 고민을 안고 살았습니다. 꿈과 열정이 넘치는 그녀를 만족시키기에는 그녀가 사는 마을은 답답한 곳이었습니다. 그녀의 미모에 반해 프로포즈르 한 가스통이라는 남자는 멋진 외모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상남자였지만 벨에게는 전혀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가스통은 그녀의 외모를 원했지만 벨은 자신의 꿈을 함께 나눌 사람을 기다렸던 것이죠.

  이 두 사람의 만남은 바로 거부할 수 없는 인연이었습니다. 둘의 만남 가운데에서 저의 흥미를 끌게 한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야수가 수프를 마구 핧아먹자 벨이 따라서 그렇게 먹는 장면입니다. 야수를 바꿀 수 없자 벨은 자신이 그것에 맞춘 것입니다. 사랑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상대의 수준이 낮을 때 자신의 수준을 일부러 낮춤으로써 상대를 부끄럽게 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벨이라는 여성의 인성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사랑이 가져온 변화일 것입니다. 야수가 도서관에 있는 책을 주는 장면은 그들이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것 역시 사랑의 기적이 아니겠습니까?

  연애경험이 제법 있지만 아쉽게도 마음의 사랑을 제대로 한 적은 드뭅니다. 그리고 그런 상대와 결혼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사랑의 행복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에 호숫가 가을에 공원....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에서) 30세에 요절했지만 목마와 숙녀등으로 유명한 박인환(1926-1956)의 이 시는 노래로서 남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이런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습니까?

  저에게는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외모 때문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사진을 들고 다니며 자랑을 했지만 내 애인 이쁘지 최고지라고 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글세 그저 그런데” “좀 귀엽지만 그렇게 이쁜 것 아닌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아니 이 자식들은 보는 눈도 없나라고 화가 났죠. 아무리 봐도 이만한 미인은 없는 것 같은데 반응이 시큰둥하니 화가 나죠.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들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한용운 선생의 이 구절이 생각나네요. 그런 사랑은 가슴 속에 남아 있습니다. 제법 남들이 부러워할 미녀와 사귄 적도 있지만 그것은 기억조차도없습니다. 그것이 마음의 사랑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미녀(미남)를 원하십니까? 사랑을 원하십니까?” 너무 황당한 질문일까요? 사실 마음대로 택할 수 있는 성격의 선택이 아닙니다. 미녀(미남)이 자신을 택해 줄 가능성도 작은데 이런 식의 질문을 하는 것은 조금 비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내려질 것입니다. 저도 젊었을 때는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전하고 싶은 것입니다. 여러분의 사랑은 결코 외모순이 아니라는 것을. 눈이 아니라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랑이 마음의 사랑이라는, 평범하지만 잊기 쉬운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