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당신의 사랑은 건강하십니까?

닥터 양 2021. 1. 10. 00:48

당신의 사랑은 건강하십니까?

 

  사랑은 마음의 작용이고 또 그래야 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을 행위나 관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기에 다시 설명합니다. ‘연애는 사랑일까요? 잘 해주는 것은 사랑일까요? 상대에게 잘 해줌을 받는 것은 사랑일까요? (표현이 어색하네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답은 전부 NO입니다. 이런 것들은 사랑으로 파생된 행위일 뿐입니다.

  ‘연애가 사랑이 아니라니 놀라실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연애를 한다고 하면 그것은 서로 사랑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겠지요. “아무개와 아무개는 연애하고 있다고 말할 때 단지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데이트를 하고 스킨십을 하고 선물을 주고 받고 하는 식으로. 그게 없다면 그냥 둘이 좋아한데정도로 말하겠지요. 어느 날 둘이 거리에서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걷거나 뒷골목에서 키스를 하고 있었거나(요즘은 큰 길에서 대놓고 하지만)하는 모습을 누군가가 보았다면 드디어 둘이 연애를 하게 되었다라고 떠들고 다니겠지요. 따라서 연애는 사랑 그 자체가 아니지요. 배가 고픈 게 식욕이고 밥을 먹는 것은 그 식욕을 채우는 것이니 다른 것처럼.

  게다가 연애는 사랑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뭐야 말이 돼? 사랑하지도 않는데 연애를 하나? 무슨 원조교제야?” 맞습니다. 원조교제도 연애지만 둘 사이에 사랑이 없습니다. 하지만 연애가 사랑없이 된다는 말이 꼭 그런 극단적인 경우만 가리키는 것은 아닐겁니다. 이른바 소개팅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이성을 만나기도 합니다. 또 자신은 상대에게 마음이 없었는데 상대가 고백을 해서 만나는 일도 있지요. 그럴 경우 상대는 사랑을 할지 모르나 자신은 아니니까 사랑없이 연애를 하는 셈입니다.

  “아니 뭔 소리야. 그건 연애가 아니지. 그냥 사귀는 거지요즘 젊은이들은 사귐과 연애가 별개인 경우가 많으니 이런 소리를 할지 모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둘이 뜨거운 사이가 되면 우리는 둘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의 범위를 넓게 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저처럼 마음의 사랑만 참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원나잇으로 만난 사이라도 감정이 고조되면 사랑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것은 착각이라고 봐야 합니다.

  “하룻밤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라는 말이 예전에 있었지만 남녀의 만남이 흔해진 오늘날 그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감정의 고조는 그림자 사랑이고 만들어진 사랑이기에 저는 사랑이 아니라 착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춘남녀가 깊은 관계를 가지면 뜨거워지는 것이 당연한데 그걸 어떻게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아무하고도 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특별한 사람과의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아주 특별한 현상이지 조건만 갖추면 저절로 일어나는 감정이 아니어야 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만일 그런 게 사랑이라면 사랑이란 별 가치도 없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연애라는 행위를 분석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밥 먹고 영화 보고 차 마시고어떤 광고인지 몰라도 연인끼리 만나서 하는 일상을 이렇게 요약하더군요. 이 세 가지 중에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있는 행위가 하나라도 있습니까? 없죠. 사랑하지 않아도 그저 친하기만 하면 밥먹고 차마시고 영화볼 수 있습니다. 함께. 스킨십 섹스? 원나잇하는 관계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아니 더 잘 할 걸요? 그게 목적이니까. 그럼 사랑입니까?

  연애가 사랑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면 위해주고 위해 받고는 왜 사랑이 아니냐고 하겠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합니다. 여러분을 위해주는 사람은 의외로 많습니다. 친구가 밥을 사줍니다. 동료가 커피를 타줍니다. 그것도 넓은 의미로는 사랑 때문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사랑 때문은 아닐 겁니다. 적어도 남녀의 사랑이라는 것에 한정하면. 더구나 영업사원이 잘 해줍니다. 사랑입니까? 아니죠? 사랑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해 줄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잘 해주는 것이 사랑입니까? 술집 호스티스나 호스트가 잘 해주는 것은 사랑하기 때문입니까? 아니죠? 호텔 벨보이가 친절하면 사랑입니까? 백화점 브이아피 코너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면 그것이 사랑 때문입니까?

  이런 것을 애국심이라는 좀 더 차원 높은 사랑을 예로 들어 설명하죠.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하얼삔 역에서 암살한 것은 애국심의 발로이지만 애국심 자체는 아닙니다. 이토히로부미를 암살하고 싶은 사람이 모두 애국심 때문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의 정적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암살할 수 있습니다. 안중근의 암살은 애국적 행위지만 정적의 암살이라면 애국적 행위가 아닙니다. 안중근의 암살=애국적 행위지만 암살=애국적 행위가 아니죠. 안중근 선생의 애국은 애국심에 의해 이루어졌기에 인정받으니까 애국심과 애국행위는 하나가 아니라 두 단계로 이루어진 것이라 하겠습니다. 안중근이라는 청년이 애국심을 품었습니다. 그가 보기에 이토가 나라에 해가 되는 존재기에 없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암살을 결심했고 실행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정적이라면 애국심 대신 정치에 대한 야망이 그 자리를 채우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럼 뭐야? 사랑이 마음이라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 기준이 뭐야?”라고 반박할지 모릅니다. 상대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상대와의 사이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데이트도 섹스도 선물도 없다는 가정)사랑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을 써서 순수이성의 허구성을 비판했다면 저는 순수사랑찬양이라고 쓰고 싶습니다. 사랑을 행위로부터 분리해야 진짜 사랑을 알 수 있다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봅시다.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그것을 표현할 수 없는 사정으로(상대가 유부0이라든가 해서) 감춘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갖가지 방법으로 사랑의 표현처럼 보이는 행위를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보통 사기꾼은 그런 식으로 신뢰를 쌓아 마지막에 사기를 치지 않습니까? 설마 사랑하기에 사기 친다고 하시지는 않겠지요?

  불륜은 사랑일까요? 불륜의 동기는 여러 가지입니다. 사랑 때문일수도 있고 단순히 쾌락을 위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쾌락을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사랑이 아니지만 사랑 때문이라고 해도 불륜의 행위가 사랑인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쾌락을 위해서도 불륜은 가능하니까요. 따라서 불륜 자체는 사랑이 아니지만 사랑 때문에 불륜을 한다면 그 사람이 상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부라고 해서 사랑하고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결혼은 계약이지 사랑을 강요하는 제도는 아닙니다. 계약에는 사랑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파트 매매계약에 사랑이 필요없듯이. 우리는 오랫동안 사랑없이 결혼을 해 왔습니다. 부모님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하지만 그렇다고 부부로서의 의무를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사랑과는 전혀 별개인 셈이죠. 계약을 지킬 생각이 없다면 상대에게 계약해지를 요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일방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상대에게 큰 과실이 있거나 합의해 줄 뜻이 있어야 되는 것이죠.

  법은 부부로서의 의무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동거와 부양. 동거에는 성관계도 포함되며 반대로 그에 대한 대가로 순결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배타적 성적권리의 대가는 혼외정사에 대한 금지입니다. 부양의 대가로 이것이 주어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랑 없어도 이런 의무는 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느 법전에도 사랑하지 않으면 이혼해도 좋다라는 규정은 없습니다. 법원에 그런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 판사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나요?”라고. 사랑이 아니라 의무를 상대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는지가 이혼을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입니다. “남편(아내)이 저를 사랑하지 않아요라고 답한다면 사랑싸움은 집에 가서 하시죠라고 판사는 답하겠지요.

  이것은 부부로서의 행위가 사랑과 일치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합니다. 사랑하지 않기에 이혼을 원한다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착각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란 마음이 아니라 부부로서의 의무를 말합니다. 남편이 딴 여자랑 바람을 피우거나 아내가 집안일을 팽개치고 춤바람이 났다면 그것은 부부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니 이혼이 됩니다. 하지만 남편이 아내에 대한 애정을 갖지 않았다고 해서 그 자체로 이혼을 청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가 부부의 의무를 제대로 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당신의 사랑은 건강하십니까? 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랑은 연애나 위해주는 행위와 별개의 존재임을 알아야 건강한 사랑에 대한 설명도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걸 모르니 하지 않을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은 사랑이 사랑에게’(최숙희, 위즈덤하우스,2008)에 나온 사연에서 뽑은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SBS파워FM’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에서 사랑이 사랑에게에서 나온 100가지 사랑이야기를 소개한 것입니다. 사랑과 연애로 고민하는 남녀의 사연을 소개하는 방송 내용에서 뽑은 내용이니 최근 남녀의 연애 사정을 잘 반영해 주고 있을 것입니다.

  영화관에서 일하는 남성과 은행에서 일하는 여성이 연애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은 자신의 애인에게 온갖 모욕을 주곤 합니다. 그것도 자신의 직장 동료들 앞에서 말이죠. 직장동료가 영화를 추천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자 남자가 그런 영화만 좋아하니까 지지리 궁상이지..”영화가 끝나자 우리 맛있는 거 사줄 거야? 돈 있어?...너무 무리하지 마. 월급도 얼마 안 되면서..”이렇게 말합니다. 나중에 그것을 항의하자 자격지심이라고 합니다. 영화를 좋아해 영화관에서 일하는 남자친구 그런 남자친구를 자신보다 경제력이 없다고 경멸하는 여자친구, 어떻습니까?(그렇게 돈이 많다고 남을 무시하면서 친구들 밥까지 사라는 것은 뭔가요?) 이 정도면 견딜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 말을 듣는 남자는 이걸 이해하려고 합니다. 물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건강한 사랑일까요?

  다른 남자의 경우를 봅시다. “, 여자친구 있어? 있어도 나랑 사귀자이런 여자의 도전적 말에 감동(?)을 한 남자는 그녀와 사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둘은 맞지 않아 결국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젠 널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그녀는 끝도 제멋대로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그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라면 하나 주세요. 오늘은 계란..넣어..아니 넣지 말구요그녀가 계란라면을 싫어해 마음껏 먹지 못했는데 헤어지고도 여전히 계란 라면을 먹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상대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일까요? 그래도 계란라면을 먹을 수는 있어야죠. 이미 헤어졌는데. 하지만 이 사람은 스스로를 속박하네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과 연애는 별개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면 왜 제가 이것을 문제시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사랑한다고 해서 유부0에게 대시해서 연애를 하자고 하는 것은 바람직합니까? 해도 좋지만 비난을 면지 못할 겁니다. 건강한 관계가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상대에게 얽매여 사는 것이 사랑일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관계를 건강하게 맺지 못한다면 끝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사랑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노예생활을 끝내는 것이 됩니다. 노예와 노예주의 연애? 그것은 건강한 사랑이 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구별이 안 되니 쓸데없는 고생을 하죠. 사랑은 자유이지만 관계맺음은 사랑과 관계없으니 신중하셔야 합니다. 유부와 관계를 맺으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노예주처럼 구는 사람과의 관계는 당신의 사랑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그냥 마음으로만 사랑하세요. 그럼 문제는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자신을 내버리지 마세요. 그것을 자신이 행복하게 이겨낼 수 없다면 떠나야 합니다. 사랑하니까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옥죌 필요가 없습니다. 관계는 관계일 뿐입니다.

  그걸 못 견딘다면 당신의 사랑은 그림자 사랑일 뿐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면 떠날 때를 알아야 합니다” “사랑은 연애도 결혼도 아니라 마음의 작용일 뿐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이해가 됩니까? 안 되면 그냥 외우세요당신의 건강한 사랑을 위해 나아가 당신의 행복을 위해! 사랑도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지 상대를 위한 것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