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퍼주기는 사랑이 아니다.

닥터 양 2020. 12. 27. 03:46

퍼주기는 사랑이 아니다.

 

  30년 가까운 예전 일입니다. 아들이 부모님을 무참하게 칼로 찔러(마치 원수에게 하듯이 수십 군데) 살해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집에 불을 질렀습니다. 그 때문에 옆 방에서 자던 어린 조카마저 살해되었습니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아들은 결국 사형선고를 받고 현재도 교도소에서 남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만 그것은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닌 삶이겠지요.

  그의 부모님은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재산을 가진 부자였습니다. 한의사로서 시내 한 복판에 병원을 가지고 엄청나게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돈을 투자했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한도를 넘어서자 큰 아들은 방탕한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보다 못한 부모가 그를 유학을 보내 정신차리고 살라고 했지만 그가 열심히 한 것은 공부가 아니라 도박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부모님이 주신 돈을 모두 탕진하고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짧지 안은 유학생활이었지만 영어는 한 마디도 못 할 정도로 공부와 담을 쌓고 살았습니다.

  돌아온 그는 부모를 살해하고 유산을 받으려고 하였습니다. 그의 방탕한 삶에 신물이 난 부모가 그에게 더 이상 돈을 주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범행이 들통나 영어의 몸이 된 그에게 돌아올 유산은 한 푼도 없었고 동생이 모든 재산을 물려받게 되었습니다.

  이 비극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부모의 무분별한 퍼주기가 가장 큰 문제는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려서부터 과도하게 많은 용돈을 주어 자신의 본분에 맞지 않는 삶을 살아온 아들은 점차 괴물이 되어 갔습니다. 틀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처럼 돈을 대 주는 부모라는 수도꼭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수도꼭지가 어느날부터 돈을 쏟아내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그는 배신감과 분노로 부모를 살해한 것이었습니다.

  인간이란 호의가 지속되면 권리라고 여기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부자가 자신의 마을 사람들에게 매일 100달러를 돌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무슨 사정으로 주지 않자 모두가 그의 집에 몰려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 백 달러 내놔라고. 100달러가 왜 그들의 돈입니까? 애초부터 부자가 호의로 준 것이니 안 줘도 하등 문제는 없는데.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이성적이지 않습니다. 퍼주기에 익숙해진 사람은 점차 그의 욕망을 상승시킬 것입니다.

  신데렐라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화가 나는 점이 바로 퍼주기입니다. 왕자님은 신데렐라가 원하는 것이라면 마치 요술 램프의 지니처럼 다 들어줍니다. 그거야 드라마니까 그렇다고 하겠지만 그런 드라마가 미칠 영향이 두렵습니다. 마치 그래야만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있겠습니까? 물론 드라마처럼 모든 소원을 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없을까요?

  “너를 행복하게 해 줄게라는 말도 우리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행복이란 개인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게다가 인간은 신도 슈퍼맨도 아니고요. 누가 누구를 행복하게 해 줍니까? 만일 가능하다고 해도 그렇게 해 주려고 사는 사람의 인생은 뭐가 될까요? 오로지 희생과 헌신으로 가득찬 고달픈 인생이 되지 않을까요? 반대로 그런 우대를 받는 인간은 의존적이고 이기적인 (부모를 죽인 아들처럼) 사람이 되지 말라고 보장할 수 있을까요? 받는 것에만 익숙해진 인간이 어떻게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마음의 사랑은 퍼주기를 거부합니다. 역으로 그렇게 받는 것도 거부합니다. 갓난 아이처럼 자립할 능력이 0에 가까운 경우가 아니라면 사랑은 어느 정도 대등하고 쌍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린 아이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아이를 가르치러 어느 가정을 방문했을 때 아이 엄마가 중학생 아들에게 밥을 먹여 주더군요. 참으로 놀랍지 않습니까? 그 아이가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게 길러진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면 그게 이상하겠지요. 이런 것을 과연 제대로 된 부모의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엄마의 이기심(자기만족을 위해)이 아이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셈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아내와 연애를 할 때 철저히 이러한 퍼주기를 배제했습니다. 데이트비용도 나눠내고 힘든 일도 함께 나눠 하고 그랬습니다. 학생이었던 저로서는 애초부터 퍼주기가 불가능하기도 했지만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남성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했습니다. 당시는 지금과 달라 남성이 우월한 시대였으니 제가 아내를 억압해도 문제가 없던 시대였지만 저는 그것을 일체 하지 않았습니다. 그 점을 아내는 무척 고마워했습니다.

  결과는 훌륭했습니다. 원래 남보다 자립심이 많았던 아내지만 그로 인해 더욱 자립적 여성이 되어 오늘까지 살아왔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살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지금 제게 의존이나 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요? 제가 평생 감사하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지만 인내와 끈기로 견뎌온 결과라고 자부합니다.

  어렸을 때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외국에 살던 우리나라 사람이 남의 집에 놀러갔다가 아이가 넘어지자 일으켜 세워 주었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고마워하기는커녕 불쾌해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일으켜 세워주면 아이가 자립심을 어떻게 기르냐고 하였답니다.

  퍼주기를 사랑으로 여기는 분들은 이 이야기를 참고해야 할 것입니다. 멀쩡한 사람 바보 만드는 것 쉽습니다. 그 사람이 해달라는 대로 해 주면 됩니다. 그래서 아무 것도 못하는 의존증 환자로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기 만족일 뿐이 아닐까 싶습니다. 퍼줌으로써 느끼는 희열을 위하여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지극히 이기적 사랑이니까요. 마음의 사랑을 하시고 싶다면 참으십시오. 주고 싶고 해 주고 싶은 욕망을. 상대를 내게 종속시켜 의존증 환자로 만들어 평생 서로가 힘들게 살고 싶다면 그냥 퍼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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