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마음으로 사랑하라
요즘 우리 사회는 지나칠 정도로 재미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교육에도 재미 일에도 재미 이렇게 뭐든지 재미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물론 재미를 추구하지 말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기왕이면 재미있으면 낫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본질을 어겨가면서 재미를 추구한다면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다가 재미가 본질이 되지 않을까요?
교육의 예를 들어 봅시다. 저는 교육 분야에서만 20년 넘게 종사했으니 교육에 있어서 재미가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자신도 학생들에게 재미있게 가르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모릅니다. 그 점에서 아주 실패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재밌다고 웃다가 뒤로 쓰러진 일도 있으니까요. 가끔은 방에 있던 엄마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재밌게 수업을 한 적도 있습니다. ”제가 재밌어서 배꼽 빠지는 줄 알았어요“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교육현장을 떠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재미있게 가르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재미있게 가르친다고 할 때 우리는 어려운 내용을 재미있게 공부해서 쉽게 이해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육을 지식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이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어차피 알아야 할 지식인데 쉽고 재미있게 익힌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교육은 지식을 익히는 것만이 다가 아닙니다. 미국의 일본 역사연구자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본이 빠르게 근대화에 성공한 것은 전국의 절에 세워진 서당에서 서민의 자녀들이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최소한 교육을 받을 준비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는 서당에서 무엇을 배웠느냐보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세를 익혔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교육은 교육을 받을 자세를 가르치는 기능도 갖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한다고 교육이 완전히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직장에 들어가면 그곳에서 자신의 일에 필요한 지식도 익혀야 하고 사회생활을 위한 여러 가지 지식을 배워야 합니다. 학교의 교육은 그런 지식의 획득을 위한 준비과정이기도 한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공부하는 능력‘을 키워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재미를 강조하는 교육은 이러한 능력을 발전시키기 어렵습니다. 학생이 재미있게 공부하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워 간다면 모를까 그렇지 못하면 그는 재미없는 공부를 스스로 할 수가 없게 됩니다. 학교에서야 성적도 받아야 하고 선생님이나 부모의 꾸중이 두려워서라도 공부를 할지 모르나 사회에서는 그런 역할을 해 줄 사람이 없으니 알아서 해야 합니다. 그럴 때의 공부는 결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재미를 강조하는 교육은 학생의 자립적 능력을 해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교육이란 사회생활의 고통에 익숙하게 하여 비교적 쉽게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인데 재미 위주의 교육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재미 위주의 교육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과연 사회생활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은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게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옛날식으로 재미없는 교육을 하게 되면 지식전달에는 어려움이 있어도 사회생활 적응에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미 학교에서 재미없는 교육을 통해 인내심과 적응력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사랑을 이야기하려다가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마음의 사랑을 하고 싶다면 잔재주를 버리고 마음에 집중하십시오. 물론 100% 버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요.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자꾸 매개물을 집어 넣어 마음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기 바랍니다. 재미가 가미된 교육은 좋지만 재미가 지나쳐 교육의 본질이 흐려지면 곤란합니다. 심지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학생들을 재밌게 하는 일이 있는 것처럼 두 사람 사이에 재미나 자극이 지나쳐 서로의 존재를 잊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의 지나친 재미추구는 연애와 사랑마저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처음에 누군가 시작했을 때는 꽤나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그것이 필수적인 것처럼 되어 하지 않으면 재미없고 시시하다고 여길 정도입니다. 그것은 결국 마음이라는 사랑의 본질을 훼손시키기 마련입니다. 그림자 꽃과 선물 그리고 키스 이런 것은 마음의 사랑이 가져오는 부산물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마음은 멀어질 것입니다. 오직 마음으로 사랑하겠다고 결심하고 실천하게 되면 이러한 부산물도 더욱 행복한 것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촌스러운 사랑이 가장 행복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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