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30세대의 탈정치화를 부르는 구조적 문제에 주목하자

닥터 양 2019. 9. 7. 11:45

2030세대의 탈정치화를 부르는 구조적 문제에 주목하자   

 1970년 무렵 김영삼 전 대통령이 ‘40대 기수론’-40대가 정치를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 을 내세웠을 때 소속 정당인 신민당의 수뇌부는 구상유취론으로 맞받아쳤다. ‘구상유취口尙乳臭입에서 젖비린내가 난다는 말로 “40대가 어디 나대니? 좀 더 엄마 젖 먹고 와라라는 비아냥이라 할 수 있다. 28살에 국회의원이 되어 유력한 정치인이 된 김영삼조차 나이를 이유로 자격 미달이라고 여겨졌다고 하면 당시에 나이에 의한 꼰대질이 얼마나 심했는지 이해될 것이다. 하지만 결국 김영삼의 뚝심으로 40대 대선후보 김대중이 탄생했다.

 86세대가 꽃길을 걸으며 정치계의 중심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오해이다. “이마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뭘 안다고 나대? ”라는 경멸적인 언사를 노골적으로 뱉어내는 윗세대와 싸우고 권력의 무서운 탄압을 두려워하지 않고 저항한 결과이다. 86세대의 기득권 운운하는데 김영삼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득권은 예전에 더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만일 기득권이 문제라면 대한민국 전체가 기득권세력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지금의 대학생들이 스팩취업을 고민할 때 86세대는 인권민주주의를 고민하며 청춘을 보냈다. 시대적 상황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비정상적으로 확대시켰으니 정치권에 86세대가 다수를 점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40대의 정치에서의 비중이 외국보다 낮다고 한탄하기 전에 그들 세대가 정치에 관여하는 비중도 국제적 비교를 통해 살펴보기 바란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서 팥 난다고 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진 젊은이가 적은데 결과는 같아야 한다고 하면 합리적인 비판은 아닐 것이다.

 만일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찾는다면 젊은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가 아닐까 싶다. 이는 비단 젊은이들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젊어서부터 정치적인 세대였던 86세대에 비하면 2030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갖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젊은이들의 교육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사람으로서 느낀 점은 20년 전에 비하여 우리 젊은이들이 점차 탈정치화하고 있고 그것은 명백한 구조문제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들도 대화를 해 보면 잘못된 정치에 울분을 느끼고는 있지만 그것을 막상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가는 것에는 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그것은 그들이 취업이라는 눈 앞의 절실한 과제로 인한 압박감도 있지만 사고를 정지하고 주어진 요구에 순응하는 것에 의해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는 것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어버린 타성이 더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과거에도 딴생각 말고 공부나 해라는 어른들의 잔소리는 있었지만 지금의 입시생들은 애당초 딴생각을 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사고를 거세당한 득점기계화라고 해야 할까?

 이러한 사실은 젊은 꼰대라는 말에서도 확인된다. 아직도 병영에서는 서열문화와 얼차레 문화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고 지성의 전당이라 할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도리어 우리 세대보다 서열구조가 더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답정너식의 입시구조에서 교사의 지도에 맹목적인 추종을 하던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서열구조에 녹아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기숙학원에서 사감으로 근무하던 시절 휴식 시간에 사형제 존폐에 대한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머리도 식히고 면접시험에 대한 연습을 겸해서 해 본 것인데 어느 학생으로부터 선생님은 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세요? 그게 우리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요? ”라는 항의를 들었다. 우리 세대라면 도리어 그런 토론을 반겼을 것이다. 그만큼 젊은이들에게는 공백’ ‘여유가 존재할 여지가 없는 것 같아 매우 씁쓸했다. 그렇게 길들어진 학생들이라면 정치라는 조금은 궤도를 벗어난 길에 용기를 가지고 나서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대 기득권론은 진짜 기득권자들에게는 매우 환영할만한 주장이다. 86세대라고 해서 다 민주화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온 것은 아니다. 기득권자의 자녀였거나 기득권에 편입되어 자신들의 이익에 충실한 86세대도 많다. 일괄적으로 86세대를 전범취급하는 것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구조적인 모순에 눈을 감게 할 수 있다. 남녀 대립, 지역 대립이 본질적인 모순이 아닌 것처럼 세대별 대립도 구조적 모순에서 발생한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