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존경하는 이영훈 교수님께 드리는 전상서: ‘반일종족주의’ 실화입니까?

닥터 양 2019. 8. 26. 13:55

존경하는 이영훈 교수님께 드리는 전상서: ‘반일종족주의실화입니까?

 

반일종족주의 출판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아직도 무더위가 남아 한낮이면 땀이 줄줄 흐르는 지금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요? 아울러 선생님의 저서 반일종족주의가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로 인해 고초가 심하실 줄 압니다. 우리나라 여론이 얼마나 과격한 지 그로 인해 자살까지 한 사람들이 여럿 있습니다. 부디 정신적인 위생을 잘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번 연구회에서 처음 뵈었을 때 저는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쓰신 글이 상당히 과격하기에 선생님 자신도 그런 분인가 했는데 실제로 뵈니 너무나도 온화하고 따듯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하는 질문 공세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으시고 자상하게 답변을 해 주시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남기신 한국경제사의 업적에 큰 감동을 느껴 마음으로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만 이번엔 선생님의 인격에 또 한 번 존경심을 느끼게 되었음을 솔직히 고백하는 바입니다. 저는 선생님의 직접적인 제자는 아니지만 사숙이라는 관계를 통해 선생님의 제자가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반일종족주의의 저술과 출판에는 저도 무조건 지지를 보내기 어렵다는 점을 밝힙니다. 저는 그 책을 읽어ㅍ보지 않았기에 그에 대한 판단은 섣불리 할 수 없습니다. 강제징용과 위안부문제에 대한 기사를 읽어 본 것이 전부임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저는 선생님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친일적으로 해석한 것은 아니라는 선생님의 주장을 지지합니다. 경제사연구를 비롯한 각종 역사연구에서 보여준 선생님의 순수함과 열정이 그러한 주장의 살아있는 증거일 것입니다. 특히 한국경제사의 경우 이념적인 해석을 비판하는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정확한 사실 발견과 그에 입각한 객관적인 해석에 노력하셨다는 점에 경제사를 전공한 저로서는 경의를 표합니다. 그런 선생님이 사실을 왜곡하고 친일적인 해석을 했을 리가 없겠죠.

  하지만 선생님께서 생각해 보셔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우선은 이 책의 출판시기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 시점이 과연 출판에 적합한 시기인가 라는 점입니다. 학자 이영훈에게는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사실을 밝혀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것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라 여겨집니다. 국내도 국내이지만 일본 측에는 악의적으로 우리를 비난하고자 하는 세력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들에게 선생님의 책은 너무나도 좋은 먹잇감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선생님도 인터뷰를 통해 자신도 식민지 지배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책은 일본 우익에게는 식민지 지배가 좋았다는 증거로 이용될 수 있음을 모르셨습니까? “학문에는 국경이 없지만 학자에게는 국경이 있다라는 말을 아십니까?

  만일 이것을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의 선언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셨다면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일본은 지금까지 전쟁과 식민지지배에 대한 진심 어린 자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에 쏟아진 고노담화 무라야마담화 김대중오부치선언 등이 한낱 거짓이었음을 그들은 2000년대에 들어 보여주었습니다. 고이즈준이치로 그리고 아베신조 등이 꾸준히 과거의 사죄를 뒤집는 행동과 언행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악용될 소지가 있는 이야기를 지금 이 시국에서 해야하는 건지 의문입니다.

  그들이 만일 독일처럼 충분히 사죄를 하고 그것을 보여주는 데도 우리가 계속 그들을 공격했다면 고마해라 많이 먹었다 아이가라는 식으로 그들을 변호해 줄 필요가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이 점에 대하여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설마 이 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극우세력과 그 지지자들에게 영웅이 되려고 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이 시기입니까?

2. 강제징용과 종군위안부 문제 제대로 연구하신 겁니까?

  강제징용과 종군위안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여지는 크다는 사실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께서 아마 사료를 충실하게 분석해서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한국경제사에 남긴 방대한 업적 역시 그렇게 해서 나온 역작이니까요. 하지만 한국경제사 사료와 이러한 것에 대한 사료는 명백히 다를 수 있습니다. 전자는 우리나라 위정자들에 의해 오랜 세월 동안 이루어진 것이기에 왜곡과 은폐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후자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외부침입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 비교적 쉽다고 생각됩니다. 합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공식자료와는 달리 실제로는 불법이 자행되는 일은 오늘날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분들이라면 다 아는 상식이죠. 그래서 공식자료는 한계가 있기에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것입니다. 식민지 지배 상황이라면 더욱더 그럴 것입니다.

  강제징용과 종군위안부강제납치가 날조라면 살아있는 증인들은 모두 거짓말쟁이가 될텐데 과연 그럴까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그들이 그런 거짓말을 하여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얼마 전에 개봉된 김복동이라는 영화를 아십니까? 선생님의 성향으로 판단하건데 보시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에 설명해 드리죠. 위안부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위안부피해자로서의 삶을 그린 다큐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가슴 아팠던 내용은 자신이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밝힌 순간 가족과 친지에게서 외면당하였다는 사실입니다. 몰랐을까요? 그렇게 될 것을. 아닙니다. 그러기에 수없이 망설였다고 합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에서 그런 삶을 살았던 여성을 어떻게 취급하는지요. ‘화냥년’ ‘걸레등으로 매도하는 것을. 지금도 그런데 20년 이상의 옛날이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위안부피해자들이 돈을 위해 그랬다는 의견이 있는데 터무니없는 생각입니다. 김복동 할머니 자신도 그렇지만 그 분들이 금전적인 보상을 위해서 그랬다면 1995아시아여성기금운동 때 받았어야 옳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분들은 그것을 거부했습니다. 이미 고령이 되어가서 내일을 보장하기 어려운 가운데에서의 결단입니다. 이번 아베 박근혜 위안부 합의에 대하여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는 금전적 보상을 받은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분들 다수가 이미 초고령입니다. 아마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으니 받았다는 것이 진실일 것입니다. 김복동 할머니는 물론 거부하셨습니다. 이러한 진실을 외면하고 그들을 돈이나 노리는 사람들로 매도하는 것은 정말이지 죄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징용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역시 거짓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여기서도 같은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그런 거짓말을 할까요? 수 십년을 그런 거짓말을 위해 싸워 그들이 얻는 이익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성경의 예수에 대한 증언이 거짓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 제시되는 것이 그의 제자들이 거의 다 순교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거짓말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을까 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징용공문제의 당사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에 오랜 세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투쟁을 한 그들이 과연 거짓말을 위한 것이었을까 묻고 싶습니다.

다시 사료문제로 돌아가겠습니다. ‘일본서기라는 사서를 아실 것입니다. 그 사서에는 징구황후가 한반도를 정복했다는 만화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오늘날 그것을 신뢰하는 역사가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한 때는 한국과 일본에서 사실처럼 교육되었습니다. 사료란 그런 위험을 가진 것입니다. 불법이 감추어지고 사실이 왜곡될 수 있는 것이죠. 징용공이나 종군위안부 중에는 합법적인 사례들도 있을 것입니다. 생계를 위해 지원한 사례가 없다고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분명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데 그것을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한다면 그에 대한 명백한 근거나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마치 협박으로 서명한 조약이 합법적인 것이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제에 의한 한국에 대한 강제병합도 서류상으로는 합법일지 모릅니다. 물론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한국인들이 일본과의 병합을 원했고 고종과 순종황제가 그것을 원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서류로는 증명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살아 있는 종군위안부와 징용공 피해자도 서류로는 알 수 없는 사실의 살아 있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그걸 왜 전면 부인하고 자신이 찾은 서류 등의 한정된 사료를 가지고 확신하고 일반화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선생님께서는 본의 아니게 연구의 기본적 원칙을 무시한 셈입니다. 문헌자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야 할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것입니다. 삼청교육대사건, 형제복지원사건 아시겠죠? 그곳에 끌려간 사람들 중에는 깡패 부랑자 등 수용되기에 적합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억울한 피해자도 많았습니다. 길잃은 어린 남매가 어른들의 손에 의해 그곳에 들어간 사례를 저는 들었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서류상으로 그들은 적합한 수용자로 되어 있었습니다. ‘고아라고요. 그러한 사건들의 배후에는 권력의 비호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드러날 수가 없겠죠. 우리가 문제시하는 것은 적합한 수용자가 아니라 바로 이러한 피해자인 것이죠. 위안부 징용공들 중에 합법적인 존재가 있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존재한다면 그것을 무시하는 것은 연구자의 자세가 아니지 않을까요?

3. 시기적으로도 너무 안 좋습니다. 불난 데 부채질 하신 겁니다.

  백보를 양보해서 선생님의 모든 주장이 맞는다고 해도 반일종족주의의 출판에는 여전히 찬성할 수 없습니다. 민족주의는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존재하며 그 폐해 역시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아실 것입니다. 미국은 다릅니까? 미국의 경우 민족주의라기보다는 국가주의겠지요. ‘아메리카 퍼스트란 이름의 국가주의는 다른 민족과 국가를 짓밟더라도 국익을 지키겠다는 주의입니다. 일본의 극우세력들이 원하는 개헌과 군사대국의 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꽤 오랫동안 혐한운동을 전개했습니다. 가히 반한종족주의수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왜 선생님은 그것에 침묵했습니까? 반한종족주의라는 저서는 집필하지 않으셨나요?

얼마 전 제가 졸업한 일본히도츠바시 대학 동문회 모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참석자 대부분은 이른바 우파성향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문재인정부가 잘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우리는 일본과의 전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 이겨야 한다. 그래야 우리민족이 다시는 일본에게 굴욕을 당할 일이 없을 것이다.”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저로서는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전시상황에 빠진다면 이것이 마땅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제가 지나치게 민족주의적인 사고에 반일종족주의-빠져 있는 것일까요?

  하지만 저는 일본에서 10년간 일본국비생으로 유학을 한 친일파입니다. 저는 일본의 잘못을 변명하고자 책도 썼습니다. 선생님께도 한 권 드렸는데 읽어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로서는 선생님같이 훌륭한 분께 그것을 드린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도 여깁니다. 그 책의 서두에 제가 일본의 변호인이 되겠다고 자처하는 글이 나옵니다. 그것을 통해 한국인들이 일본을 용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도 적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어제 오늘의 생각이 아니라 일본전문가로 살아온 30년 동안 일관되게 가졌더ㄴ생각입니다. 그런 제가 반일종족주의자일까요? 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마다 친일파소리를 학생들에게 듣던 제가?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제 큰딸의 남편 즉 큰 사위는 일본사람입니다. 이 정도면 제가 반일종족주의자가 아님을 증명한 셈 아닙니까?

  우리는 일본과 지금 대화나 협상을 할 단계를 지났습니다. ‘반일종족주의100%사실(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이라도 지금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지배를 합리화시켜줄 책을 출판해서 일본에게 명분을 제공해야 할 때인지 묻고 싶습니다. 평소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도 반한종족주의라는 책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 내에서 아베와 그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거의 완벽하게 봉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내에서는 서로에게 총질을 하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래도 됩니까?

  제게 절친이라 할 일본사람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재일한국인입니다. 하지만 국적은 일본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분은 늘 일본의 입장에서 한국을 비난하고 있고 그로 인해 저와 자주 다투었습니다. 이번 문제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전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제가 근거를 아무리 대도 전혀 들어주지 않을 뿐 아니라 엄청나게 감정적이라는 것이죠. 결국 반은 의절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일본의 언론이 얼마나 사실을 왜곡시키는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참으로 끔직합니다. 우리는 일본국민을 미워하기보다는 동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살아가는 그들을.

  그런데 우리는 이적행위를 서슴지 않고 합니다. 좋게 말하면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민주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닐 듯합니다. 이른바 친일파의 존재가 우리에게 얼마나 뿌리 깊게 남아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일본 유학 10년을 통해 친일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친일파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일본은 합리적인 태도로 설득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님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내부에는 그러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선생님도 결과적으로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인정하기 어려우시겠지만.

4. 반일종족주의는 없습니다. 이간질은 그만 하시죠.

  선생님을 비롯한 집필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자신들을 진리의 수호자라고 여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국 사람들은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반일종족주의는 없습니다. 맹목적으로 일본을 매도하던 시대는 지났고 한국사람들은 훨씬 성숙해졌습니다. 서울 어느 구청에서 반일운동을 주도하려다 비난받고 그만 둔 일을 모른다고 하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제 저는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아여자배구대회를 보러 갔습니다. 일본이 우승을 했습니다. 하지만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반일이 아니라 반아베 나아가 반한혐한을 미워할 뿐입니다. ‘반일종족주의는 단언컨대 존재한 적도 존재하지도 않으며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시대착오적인 사고에 빠져있는 것입니다. 2018년 일본에 찾아간 한국인관광객이 700만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제발 한국인과 일본인은 이간질하는 행위를 멈춰주십시오. 그것은 일본의 아베정부와 극우세력이 가장 기뻐할 일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