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어떻게 해야 하나? (1) 전세제도와의 이별이 필요하다.
최근 임대차 2법으로 인해 전세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우리에게는 친숙한 ‘전세’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매우 특이한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거주의 형태는 자가소유나 월세가 대부분이다. 일본에서 전세 이야기를 하자 지나치게 세입자 위주의 제도가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다.
과연 전세는 세입자를 위한 제도인가? 분명한 것은 가난한 서민을 위한 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전세금이 집값의 7,80%의 수준이니 가난한 서민이 지불 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전세에 사는 사람들은 주거하고 싶은 집의 가격에 비해 돈이 모자라기에 전세를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돈이 아예 없는 서민에게 전세란 그림의 떡이다. 대출을 끼고 마련한다고 해도 대출금을 갚으려면 높은 소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서민들이 쉽게 접근하기는 어렵다.
전세제도는 또한 청춘 남녀가 결혼의 발목을 잡는 제도이다. 특히 요즘 여성들은 전셋집을 결혼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 남성들에게 전세를(그것도 대부분 아파트 전세)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결혼을 어렵게 만든다고 한다. 만일 전세제도가 없다면 외국처럼 신혼부부들은 당연히 월세로 주거를 시작할 것이니 결혼이 좀 더 수월해 질 것이다.
전세제도는 월세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갖게 하는 폐단도 있다. 아파트 내에서 임대에 해당되는 구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그 아이들에 대한 냉대는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되었다. 전세는 이렇듯 차별을 가져오는 제도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전세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원흉이라는 사실이다. 이른바 ‘캡투자’라는 방식으로 다주택 소유가 가능하게 되는 것도 전세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액주택의 담보대출을 규제한 것도 이런 캡투자를 원천봉쇄하려는 것인데 전세 자체가 가난한 서민들을 위한 제도가 아닌 이상 이런 규제가 얼마나 가난한 서민들을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면 이런 규제 자체가 전세제도가 얼마나 ‘반서민적’ 제도인지를 증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택정책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우선 저렴한 월세임대주택에 힘써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매입전세임대주택정책은 정부가 막대한 공공자금을 들여 전세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차라리 그 재원으로 저렴한 월세임대주택을 대량공급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그렇게 되면 전세수요를 대폭 줄여 전세제도 자체를 위축시킴으로써 캡투자를 원천 봉쇄할 수 있게 되어 주택가격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아울러 가난한 서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주거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정책이다.
저렴한 월세임대주택은 정부가 새로 짓거나 이번 정부의 대책처럼 구입하여 공급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정부가 대량으로 민간주택을 임차하여 이를 서민들에게 좀 더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이런 방법은 공공임대주택공급의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아울러 민간주택임대시장에 대한 악영향도 줄일 수 있다. 정부로서는 건설이나 구입이 아니라 대량임차로 비교적 저렴하게 민간주택을 확보하기 때문에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다. 민간주택사업자는 정부보조금에 의해 안정적으로 세입자를 확보하는 셈이니 오히려 이득이 될 것이다. 결국 민간사업자와 정부, 세입자 모두가 윈윈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장기모기지론의 개선을 통해 소유를 원하는 계층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이자만 지불하다가 나중에 원금을 갚는 것이 아니라 원리금균등상환을 적어도 2-30년간 할 수 있게 하여 보다 쉽게 자기집을 갖도록 해 주면 될 것이다. 어차피 전세가 자기집을 소유하기 위한 중간단계인 점과 전세대출로 대부분의 전세자금이 조달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적을 것이다. 굳이 전세를 매개로 집을 마련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궁극적으로 전세제도는 발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전세제도가 있는 한 캡투자를 통한 부동산 투기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집값의 7,80를 무이자로 빌릴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하지 않을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캡투자를 통한 부동산투기가 존속되는 한 부동산가격의 안정은 그림의 떡이다. 시한을 공시함으로써 충분히 준비할 여유를 주어 전세대출폐지, 전세보증금보호의 철폐 등으로 전세제도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하면 된다. 전세 대신 저렴한 임대주택 거주나 장기모기지론을 통한 주택구입(1가구 1주택에 한정)만을 남기면 부동산시장은 안정될 것이다. 전세제도가 친서민적 제도가 아닌 이상 그것을 보호해야 할 필요는 더는 없다고 본다.
어떤가? 전세가 사라져도 그리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은데. 전세란 과거에 집값이 급속히 오르던 시절부터 돈 있는 사람들이 주택을 다수 구입하여 자산을 늘리거나 매매차익을 얻기 위한 제도였을 뿐이다. 게다가 전세제도의 폐해도 명백하다. 전세가 없는 나라에서 서민들이 주택문제로 더 큰 고통을 받는다는(전세의 부재로)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도리어 공공임대주택 등에 의해 저렴하고 친서민적인 주택이 잘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우리는 전세제도에 현혹되어 진정한 친서민적 주택정책을 실행할 수 없는 것인지 모른다.
일본 야후에서 부동산에 대한 검색을 해 본 적이 있다. 결혼하고 일본에 거주하는 딸에게 조언을 해주기 위해서이다. 놀랍게도 2-3억원이면 동경 도심에서 지하철로 50분 정도의 변두리에 정원이 딸린 2층집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물론 IN동경이다) 할 수만 있으면 이민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다. 전세가 있다면 과연 이런 가격이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우리는 친숙했던 전세제도를 장송곡과 함께 떠나보내야 할 것 같다. 전세제도의 역사적 존립근거와 사명은 끝났다. 마치 친서민적 제도로 여겨졌던 전세이지만(이마저 착각이다) 지금은 부동산시장을 교란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하였음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전세의 퇴장길에 꽃다발과 함께 박수를 보내기로 하자. 그리고 외치자. “굿바이 전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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