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침묵’과 마음의 사랑(4)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루어져 가기를..”(‘네버엔딩스토리’에서) 여러분은 이런 꿈을 가진 적이 있습니까? 어떤 누군가를 사랑했는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헤어져서 그립고 또 그리워 어느 날 어느 곳에서 우연이라도 좋으니 마주쳐서 그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꿈 말입니다. 영화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 스토리 현실에서는 얼마나 이루어질까요? 실제로는 일어나기 어려운 그러나 우리들의 영원한 꿈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여러 번 그런 꿈을 가졌고 현재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만남이 꼭 사랑을 이어갈려고 하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랑을 이루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떠나간 또는 실패한 잃어버린 사랑을 그리워하기 때문에 막연히 갖게 되는 기대감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만나기를 원하기보다는 만나고 싶은 마음 자체를 즐긴다고 할까요? 유명한 수필가였던 피천득 선생은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일본인 여성 아사코를 모 신문사에서 찾아내어 만나도록 해 준다고 했을 때 거절했습니다. 아름답던 아사코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서라고 했습니다. 그의 수필 ‘인연’에서도 세 번째 만남은 없었어야 했던 그이기에 4번째 만남을 거절한 것은 이해가 갑니다. 여러분은 옛 사랑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HOT의 멤버로 이름을 날린 강타는 싱어송라이터(작사작곡하는 가수)로서도 알려져 있습니다. 보아의 노래 중에도 강타의 작품이 있을 정도로 유능한 싱어송라이터입니다. 그가 자작곡한 ‘상록수’는 떠난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재회에 대한 꿈을 그린 노래입니다. 가사의 아름다움에 감동해서 저의 애장곡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압권은 “이젠 텅빈 그 자리엔 웃고 있는 니 사진 뿐 이지만 하지만 내가 견딜 수 없이 힘든 건 어디선가 너도 많이 아파서 울진 않을지”라는 부분입니다. 여기서도 저는 한용운 선생의 ‘님의 침묵’을 떠올렸습니다. 님을 그리워하면서 자신이 느끼는 슬픔을 님도 느끼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 저를 가슴 시리도록 감동하게 하였습니다. 보아의 ‘넘버원’이나 ‘마이지니’에서조차 나타나지 않는 자상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가수 자신이 작사를 하지 않지만 여성가수와 남성 가수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엿보입니다.
상록수는 이러한 자상함이 곳곳에 배어있는 작품입니다. 이별의 미학이나 ‘사랑의 AS’가 담겨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요. “니가 남긴 추억 하나면 아무 욕심 없이 살아갈 거라고 난 괜찮아 세상에 살아가는 동안만 널 맡긴거야 잠시뿐인 이별도 널 사랑해 돌아올 수 있는 거라면.”
돌아오기를 기대하지만 이별에 대한 아픔을 잘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니가 남긴 추억 하나면 아무 욕심 없이 살아갈 거라고”라는 말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죠.
여기서 주목하기 바라는 대목이 “세상에 살아가는 동안만 널 맡긴거야”라는 곳입니다. 상대와의 사랑을 영원한 것으로 보지 않고 잠시 동안 맡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참으로 깊이 있어 보입니다. 집착에서의 해방이라고 할까요? 사람의 인연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지만 이번 생에 사랑을 제한하려는 것은 포기나 좌절이라기보다는 상대에 대한 엄청난 배려 같습니다. 물론 주인공은 영원한 사랑을 꿈꾸고 있겠지요. 그러니 곳곳에서 다시 만날 것을 반복해서 기대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것이 자칫 상대에 대한 속박이 될 수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이번 생만의 사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재회를 강력히 원하고 있습니다. “돌아올 수 있는 거라면 내가 기다려도 괜찮은 거라면 언제라도 이 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너의 곁에서 멀리 가진 않을게 이젠” 언제라도 돌아온다면 맞이할 준비를 하고 기다린다는 것은 ‘사랑의 AS’의 최고수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음의 사랑이 아니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겠지요.
여러분은 이런 사랑을 하실 수 있겠습니까? 기다리지만 속박을 하지는 않는 사랑말입니다. 마음의 사랑으로 이별의 아픔을 승화시킨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마이지니’나 ‘넘버원’에서도 비록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마음이 조금은 엿보입니다. 다만 이 노래는 주인공이 남자라는 전제로 쓰여졌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그 마음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의 사랑이 이렇게 아름답고 성숙된 것이라면 세상이 조금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바로 마음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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