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기본소득과 함께 떠나는 미래여행(15)

닥터 양 2019. 12. 11. 00:16

12장 소크라테스 기본소득을 말하다.

  소크라테스의 재판은 결국 무죄판결로 끝났다. 시민배심원들은 전원일치로 그의 무죄를 결정하였고 그를 고소했던 반대세력들조차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그는 떳떳하게 자신의 생각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재판으로 더욱 명성을 떨쳤고 덕분에 아테네에서 가장 바쁜 인물이 되고 말았다. 곳곳에서 그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듣고자 하여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기본소득은 저절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파격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사명감을 가지고 답변에 임해 기본소득의 이해에 힘썼다.

소크라테스씨, 기본소득을 주고자 하는 것에는 찬동합니다. 하지만 부자들에게까지 주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돈을 주체할 수 없이 갖고 있는 그들에게 주기보다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이 나눠주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본소득은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빈민구제사업과는 다릅니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시민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마치 한 시민이 일정한 연령이 되면 선거에 참여하고 시민회의에서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것 같이 말입니다. 그러한 권리는 빈부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집니다. 따라서 시민의 권리인 기본소득 역시 빈부에 따라 차별할 수 없으며 차별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또 만일 빈부에 따라 선별해서 주게 된다면 우리 아테네시민들은 기본소득에 따라 분열되어 버릴 것입니다.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과 받지 않는 사람으로. 결국 받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무 조건 없이 지급되는 기본소득의 부담을 지고 있다는 생각에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보이지 않는 적대감을 가질 가능성이 큼니다. 나아가 그들에 대한 일종의 경멸감을 느낄지 모릅니다. 무능하다거나 자립하지 못하는 존재라고 비난을 할 것입니다.

  반대로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를 부끄럽게 여길지 모릅니다. 그는 기본소득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담당자 앞에서 해명하기 위해 자신을 불쌍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게 됩니다. 이는 시민으로서의 명예에 큰 상처를 안겨줄 것입니다. 또한 자신이 기본소득을 받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 할지 모릅니다. 기본소득을 받는 것이 무능력하고 자립심 없다는 일종의 낙인과 같은 것이 되어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동방의 어느 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 나라는 아이들의 교육에 국민들이 너무나 열심이어서 국가가 학교를 전국 곳곳에 세우고 아이들을 교육시켰다고 합니다. 학비는 국가에서 무료로 해 주었지만 문제는 학교에서 먹는 식사비였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식사비를 잘 냈지만 일부 아이들이 가정 형편이 어려워 식사비를 면제받았다고 합니다. 그 아이들은 자신들이 식사비를 면제받고 있음을 부끄럽게 여겨 숨기려고 했지만 일부 교사들이 그 사실을 학생들 앞에서 알려 저리는 바람에 사회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그 나라사람들은 논쟁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그런 일로 상처를 받아서는 안 되니까 차라리 모든 아이들에게 식사비를 받지 말고 지원해 주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주장과 왜 부자집 아이들에게 공짜 밥을 먹이냐고 하는 반대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고 합니다. 어느 지역을 통치하는 지방관 한 명은 학교가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로 가는 곳이냐고 하며 식사비를 받자고 했는데 그 나라의 유력한 왕위계승 후보자 한 명은 얘들 밥은 먹여야 한다고 하며 식사도 교육의 한 과정이라고 반박하였다고 합니다. 결국 그 나라는 모든 아이들에게 식사비를 받지 않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식사비 문제로 상처 받는 아이들은 없어졌고 그 나라는 다시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식사비 문제 하나만으로도 낙인효과가 생겨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 있는데 하물며 돈을 나눠주는 일이라면 더 하지 않겠습니까? 기본소득은 자유로움을 위한 제도인데 시민들이 관리들 앞에서 자신의 처지를 구구절절 설명하도록 한다면 얼마나 큰 상처를 입겠습니까? 게다가 매년 자격을 조사하기 위해 들어가는 심사비용 역시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한 비용은 절약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나눠줄 수 있도록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돈을 나눠주는 것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차라리 필요한 물건을 주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식량이라든지 의복, 생활용품 등을 주면 낭비를 줄일 것 같습니다. 돈으로 주면 유흥자금으로 탕진할 위험도 있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

기본소득은 이미 말씀 드린 것처럼 자유로움을 위한 수단입니다. 만일 물건으로 주게 되면 받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필요를 강요하는 꼴이 되지 않겠습니까?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어진 물건은 자칫 불필요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물건이 남아돌고 어떤 사람은 모자랄 수도 있습니다. 결국 남는 물건을 저렴하게 처분해서 돈으로 바꾸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원래 받을 수 있는 액수보다 적은 금액을 사용하게 되니 그것이 더 낭비라고 할 것입니다. ”

기본소득을 받으면 시민이 권력에 종속되어 버릴 거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생계를 권력에게 의존하니 그들의 삶이 권력에 의해 좌우되는 결과가 될 거라고 합니다. ”

우리 아테네는 민주정치를 하는 나라입니다. 시민들이 권력을 좌우하지 권력이 시민들을 좌우할 수 없는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만일 권력이 기본소득을 빌미로 시민들의 삶을 좌지우지 할 정도라면 다른 삶에도 개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시민들이 민주정치를 제대로 운영하고 또한 권력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않는 이상 기본소득에 의해 시민이 권력에 종속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만일 그런 움직임이 나타난다면 시민들이 하나가 되어 물리치면 됩니다.

기본소득이란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지 거기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시민들은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지금처럼 일을 할 수 있고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을 이미 실시한 곳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본소득에만 의존하고 살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소득으로 인해 얻은 자유를 이용해 자신의 꿈을 실현해가는 사람들이 오히려 다수였습니다. 우리 아테네시민들도 그렇게 하리라 믿습니다

아테네에서만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외부에서 이주민이 몰려올지 모른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기본소득은 물론 시 재정 자체가 파탄 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그리스전역에서 일제히 기본소득이 실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아테네시는 외부 사람들에게 그렇게 개방된 곳은 아닙니다. 아무라도 들어와 살겠다고 하면 살 수 있는 곳도 아니고 또 산다고 해도 시민권을 쉽게 내주는 곳도 아닙니다. 어차피 외부에서 들어오는 문제는 기본소득과 상관없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설사 아테네의 기본소득정책에 혹하여 들어와 살고 싶은 외국인들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꿈을 이루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 문제는 시민 여러분들이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결정해 주십시오. 그리스전역에 걸쳐 기본소득이 실시되기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왜 우리가 다른 시의 눈치를 봐야 합니까? 우리에겐 우리의 삶을 결정할 권리가 엄연히 있는데 말입니다. 기본소득문제와 그 문제는 별개로 생각하고 추진하였으면 합니다.”

기본소득을 가족단위로 지급하지 않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게다가 여성과 아이들에게도 지급하자는 생각이 반발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일 할 능력도 없는 여성과 아이들에게 왜 기본소득을 주는 건가요? 가장들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해서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게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여성과 아이들은 일할 능력이 없으니 줄 수 없다는 말은 기본소득의 취지에 어긋난 말입니다. 기본소득은 일할 능력에 대한 보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공유재산에 대한 시민배당으로 지급되는 것이니 노동과는 무관함을 여러 번 말씀 드렸음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미성년 자녀의 경우에는 본인들이 관리할 능력이 없다고 여겨지기에 부모에게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만일 고아일 경우에는 법적후견인에게 지급합니다.

  그리고 여성들의 경우 비록 임금을 받는 노동은 하고 있지 않지만 그들도 가사와 육아를 통해 우리 아테네시의 발전에 공헌하고 있음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마찬가지로 노인들도 손자손녀의 양육과 병든 가족들을 돌보는 일에 종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있지만 임금노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체 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에 대하여 기본소득은 그 공헌을 인정하는 의미에서 반드시 지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가족단위 지급은 개인의 권리와 자립을 중시하는 우리 아테네시민들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물론 남성 가장이 가족을 이끌고 있는 현실에서 실질적으로는 여성과 아이들의 몫이 가장들에게 지급되도록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단위의 지급이 법적으로 정착되면 이혼으로 인해 부부가 이별하게 되었을 때 또는 자녀가 자립 할 나이가 되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설령 한 집에 함께 거주하게 될지라도 성인 자녀라면 마땅히 자신의 기본소득을 직접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가족과의 합의하에 본인의 권리를 잠시 보류할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강요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차라리 수입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수입을 보충해 주는 식으로 지급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100의 수입이 기준이라고 할 때 100에서 10이 모자라면 10을 지급해서 100이 되도록 하고 실업을 해서 수입이 0이 되면 100을 지급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적은 돈으로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좋은 말씀입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되 되도록 예산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그런 방법을 주장합니다. 만일 기본소득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면 그 방법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이야기한 대로 기본소득은 자선이나 빈민 구제가 아닙니다. 노동에 대한 의무에서 해방되어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자는 취지와 공유재산에 의한 시민배당을 재원으로 하는 하나의 권리입니다. 마치 정치에 대한 아테네시민들의 권리처럼, 따라서 노동수입에 따라 액수를 변동시킬 수는 없습니다. 마치 수입에 따라 참정권을 조절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무조건 충분하게 주어지는 권리임을 잊지 마십시오.

  게다가 수입에 따라 변화를 주는 경우 문제가 발생합니다. 노동을 해서 수입이 생기면 지급액이 낮아지고 수입이 줄거나 없으면 늘어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차라리 일을 하지 않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100의 수입을 올리려면 꽤 오랜 시간 일을 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차라리 일을 하지 않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해서 일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곤란할 것입니다

  기본소득의 경우 수입과 관계없이 지급되기에 노동에 대한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습니다. 돈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돈이 더 필요한 사람은 일을 해서 수입을 늘리고자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본소득은 노동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제도입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질문과 답변은 때로 밤늦도록 이어져가곤 했다. 시간이 갈수록 시민들은 그의 생각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테네의 기본소득 원년이 밝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