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기본소득과 함께 떠나는 미래여행(10)

닥터 양 2019. 11. 30. 01:31

7장 소크라테스는 진정한 자유를 주고자 하였다

 

아니 그러지 마십시오.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저의 주장을 아테네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준비된 대로 재판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취하하시더라도 마지막에 하시면 됩니다. 부탁입니다. ”

소크라테스는 잠시의 휴정시간을 이용하여 고소인을 설득했다. 고소인도 동의했다.

피고인의 말에 따르면 앞으로 중요한 노동의 대부분은 노예들이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시민들은 노동을 하지 않고 기본소득을 받아 살아가게 될 것이고. 노동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인생이 무의미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됩니다.

그 점에 대하여는 아까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인간이 노동을 하지 않으면 의미 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이른바 노예의 윤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노예의 윤리란 부자들이 일반시민들에게 노동을 성실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 만든 윤리입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을 노예들에게 노동을 맡기고 자신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에 전념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치나 문화 같은. 왜 일반시민이라고 해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까? ”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하지만 노동을 삶의 가치로 여기며 살아온 기간이 길어 웬지 모르게 불안을 느낌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까요?..

어렸을 때 사람들은 제 각각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나는 무엇이 될 거야 하고. 그 꿈들은 대개 이루기 어려운 것이죠. 배우가 되겠다거나 정치가가 되겠다거나 또는 스포츠 선수가 되어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거나. 그런 꿈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그 꿈의 대상이 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있지만 생계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쉽게 말해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모두에게 무조건적이고 충분한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이러한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아테네시민들은 연극을 무척 사랑합니다. 그래서 일 년에도 수없이 많은 연극이 상연되고 있습니다. 연극배우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 꿈을 이루는 것은 아닙니다.

  연극배우가 되는 것이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연극배우가 되어도 먹고 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소수의 특출난 배우들 외에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입을 얻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기본소득은 그런 문제를 해결해 줄 것입니다. 진정 연극배우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통해 기본적 생계를 해결하고 연극배우로서 살아갈 것입니다.

  작가의 꿈을 가진 젊은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작가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줄어들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요즘 들어 소설이나 시가 예전처럼 팔리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반시민들이 일자리를 노예들에게 빼앗기고 어렵게 살아가게 되었기 때문에 문학작품을 구입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로 인해 작가들이 과거보다 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워져 작가의 꿈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만일 기본소득을 제공한다면 이 두 가지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 될 것입니다. 시민들은 작품을 감상하는 데 보다 더 많은 돈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서 작가들은 생계를 잇기 쉬워질 것입니다. 거기에 설령 팔리지 않는 작가라도 기본적 생계는 보장될 것이니 작품활동을 이어갈 수 있겠지요. 그런 점에서 기본소득은 그들의 꿈을 이뤄줄 것입니다.“

매우 좋은 말씀입니다. 저도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지금의 직업 말고 다른 일을 하고 싶습니다.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만일 그렇게 되면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누가 하게 될지 걱정입니다. 이른바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일들 말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만일 그것을 아무도 하지 않게 된다면 사회를 유지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단 노예들이 그런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노예들이 더 활약하게 되었음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지만 역으로 말해 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되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되는 것이죠.

  또 한 가지는 그런 노동에 대한 대가가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본소득이 있으니 그런 일들을 아무나 하려고 하지 않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런 일을 저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그런 일에 대한 대가를 올려서라도 할 사람들을 찾을 것입니다. 그럼 돈에 욕심을 가진 사람들이 지원하게 되겠지요? 자연스럽게 그 일자리는 채워질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일자리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인기 있고 화려한 일자리와 인기 없고 어두운 일자리. 모두가 인기 있고 화려한 일자리를 원하고 인기 없고 어두운 일자리를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인기 없고 어두운 일자리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게다가 소득마저 그런 일들은 적습니다.

  이제 그러한 현상이 사라질 것입니다. 인기 없고 어두운 일에 종사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그 일에 대한 대가가 올라갈 것입니다. 반대로 인기 있고 화려한 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니 대가를 덜 지불해도 되겠지요. 이제까지는 화려하고 인기 있는 직업은 대가도 컸고 인기 없고 어두운 직업은 대가도 작았지만 그 반대가 될 것입니다. 시민들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기 있고 화려하지만 대가가 작은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인기 없고 어둡지만 대가가 큰 일을 할 것인지 말입니다. 그것이 정말 공평하지 않습니까?“

기본소득이라는 경제적 기반 하나가 주어지는 것 뿐 인데 사람들의 삶은 완전히 바뀌네요

그렇습니다. 외국의 어느 사상가가 말했습니다. 인간 사회의 모든 것은 경제적인 문제에 의해 결정된다고. 그는 경제를 사회의 하부구조라고 하였고 정치 문화 등을 상부구조라고 했습니다. 하부구조가 바뀌면 상부구조는 따라서 바뀐다고 하는 거죠. 정치나 문화라는 것이 결국 경제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인데 지나친 감은 있습니다만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그 만큼 인간에게 중요한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가 경제의 노예가 되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아침에는 사냥을 하고 낮에는 낚시를 하고 저녁 때는 글을 쓰면서 살지만 그 어느 것도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는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하지 못하는 것은 생계 문제 때문이고 따라서 그 문제의 해결이 우리를 이렇게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 다른 외국의 사상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의 자유에는 형식적 자유와 실질적 자유가 있다고. 형식적 자유란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자유를 구속당하지 않을 자유를 말합니다. 우리 아테네 시민들은 그것을 충분히 누리고 있습니다. 실질적 자유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하며 살아갈 자유입니다. 이 점에 대하여 우리는 충분한 자유를 누리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생계 문제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사상가는 생계로부터의 자유를 가질 수 있는 사회를 꿈꾸었던 것입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충분히 주어지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요 하시는 것입니까? ”

맞습니다. 노예노동이 우리를 노동에서 자유롭게 할 하나의 중요한 기반이라면 우리가 자유로워질 또 하나의 기반은 바로 경제적인 문제에서 해방되는 것이고 이는 기본소득에 의해 성취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본소득의 다른 이름은 진정한 자유입니다. 저는 우리 아테네 시민들이 마음껏 꿈을 펼치면서 살아가는 그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 꿈은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꿈 꿀 때 이루어지는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