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사랑과 그림자 사랑
인간의 판단력이란 생각보다 좋지 않습니다. 주변의 환경이나 상대의 태도 자신의 기분 등에 의해 좌우되기 싶습니다. 그것은 사랑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를 마음으로 사랑하는가 아니면 그렇다고 착각하는가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사고 싶지 않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세일즈 맨의 화술이나 자신의 충동에 의해 구입하는 것처럼 자신이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님에도 그렇게 착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죠. 남녀를 짝지어 테이블석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물론 무작위입니다. 서로는 서로를 전혀 모르는 상태입니다. 이들 커플을 둘로 나누어 한 쪽은 조명을 환하게 해 두고 한 쪽은 약간 어둡게 해 두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환하게 둔 커플들은 특별한 변화가 없었지만 어둡게 해 둔 쪽은 파트너끼리 나란히 앉게 되고 사귀는 사이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조명이 가져오는 일종의 착각이라 할 수 있죠. 또 비슷한 실험으로 모르는 남녀를 커플로 하여 다리를 건너게 했는데 한 쪽은 단단하게 묶여 흔들리지 않는 다리를 다른 쪽은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게 했습니다. 결과는 흔들리는 쪽이 사귀는 사이가 될 확률이 훨씬 높았습니다. 흔들림으로 인한 불안함이 상대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하게 만드는 바람에 그것이 연정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 가운데에서’라는 소설에서 비슷한 장면이 나타납니다. 여주인공이 자살을 시도할 때 남자주인공이 이를 우연히 구하게 됩니다. 여주인공은 자신이 죽어갈 때 생명에 대한 애착을 느꼈기에 자신을 구해준 남자주인공에게 그 대가로 결혼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평소에 그녀를 사랑하던 상대가 그것을 원할 것이라고 생각해서이죠. 하지만 남자주인공은 뜻밖에 이를 거절합니다. “난 네가 고마움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게 될 때 결혼할 거야. 이건 너무 비겁한 짓이지”라고 하며. 사랑과 고마움을 혼동하는 여주인공의 제의를 거절한 셈입니다. 소설이니까 가능했을지 모르나 매우 용기있는 판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음의 사랑의 반대라 할 수 있는 사랑을 저는 ‘그림자 사랑’ 또는 ‘만들어진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그림자는 아무리 같아도 그림자 즉 짝퉁일 뿐이죠. 만들어진 사랑은 인위적인 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니 그 역시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예전에 ‘시라노 연예조작단’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교묘한 방법으로 연애작업을 하도록 도와줘 상대를 사랑에 빠뜨리게 하고 돈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죠. 저는 이 영화를 보며 ‘저것이 과연 오래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사랑 그림자 사랑에 빠져도 순간일 뿐이니까요.
“나는 오늘 그(그녀)와 함께 놀이동산에 다녀왔다. 즐거운 하루였다.” 여기서 즐거움의 원인은 ‘그(그녀)와 함께’ 입니까? 아니면 ‘놀이동산’입니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시드시 셀던의 ‘동전의 모험’이라는 작품에서 사랑에 빠진 여자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와 함께 라면 어디를 가든 무엇을 가든 즐겁고 행복해’라고. 상대와 함께라면 시시한 것도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마음의 사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뭔가 특별한 것을 원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림자 사랑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겠습니다.
“저기 멀리 날 향해 웃는 그대 모습 가까워지면 세상 모든 행복이 다 내 것 같아” 소녀시대의 ‘complete’(완전한)의 일부입니다. 그대 모습에 세상의 모든 행복이 다 자신의 것 같다는 이 마음은 그가 자신에게 다가오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자신에게 해줄 특별한 것 때문일까요? 특별한 것이 이유라면 당신의 사랑은 스스로를 기만하는 그림자 사랑일 것입니다. “그가 빵에 잼을 바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빵에 잼을 바르는 모습이 귀여울 이유가 없죠. 하지만 마음의 사랑을 하는 사람은 그가 그녀가 무엇을 해도 귀엽습니다. 상대가 잘 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하니까 사랑스러운 사랑 그것이 마음의 사랑일 것입니다. 당신의 사랑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