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노인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쉐어하우스 활성화

닥터 양 2020. 12. 15. 09:48

노인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쉐어하우스 활성화

 

 예전에 알고 지내던 할머니에게 기막힌 사연을 들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그분은 얼마 전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수급비가 대폭 줄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부부가 젊어서 몇 번의 사고를 당했는데 당시는 의료보험 등의 혜택이 없던 시절이라 엄청난 지출을 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재산도 없다. 게다가 따님이 셋 있는데 그들이 모두 이혼을 해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 할머니에게 도움은커녕 근심거리만 되고 있다고 했다.

  하도 딱해서 필자가 할머니 제일 힘드신 게 뭐에요?”라 고 여쭈었을 때 할머니의 대답은 이렇다. “집이 제일 문제야. 다른 것은 줄일 수 있어도 집은 못 줄여따님이 셋이나 있으니 한 분이 모시고 살면 주거비가 절약될 법도 한데 그것도 어려웠다. 세 딸이 모두 수급자라 같이 살게 되면 수급비가 깎이거나 아예 자격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의식주 중에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주이다. 물론 자가를 가지고 있다면 역으로 가장 비용이 덜 드니 양면성이 있다. 먹고 입고 하는 것은 절약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필자는 가장 최악의 시절에 밥을 반찬도 없이 물에 말아 먹고 옷은 하나도 사지 않고 버티기도 했다.

  하지만 자가나 전세가 아니면 주거비는 아무리 저렴해도 일정 수준의 지출이 필요하다. 특히 가난한 사람일수록 주거비가 오르는 역전현상마저 일어난다. 이른바 쪽방이라는 곳은 보증금이 없고 매일 방세를 내는데 그렇게 지불 하는 방세가 일반 월세방 월세보다 높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최희봉 옮김, 부키, 2012)에는 보증금을 내지 못하기에 더 많은 주거비를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빈곤하기에 당하는 역차별이라고 할까?

  현재 우리나라 노인 빈곤률은 알려진 것처럼 최악이다. 2016OECD국가 65세 이상 평균 빈곤율이 12.1%인데 비해 우리는 48.8%에 이르러 4배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경제적 이유의 자살도 많아 전체 자살의 27.7%에 이르고 있다. 현재의 노인들은 고도성장시대의 주역이기는 하나 그 혜택에서 편차가 심하고 또 부모를 부양한 마지막 세대이기에 자신도 부양받을 것이라는 기대와 제도적 미비로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 한 마지막 세대이다.

  따라서 국가는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길어야 30년 정도 노인대책을 잘 시행하면 그 후에는 도리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음 세대인 86세대부터는 대부분 노후 준비를 어느 정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정부의 책임이 가벼워질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적 합의 하에 보다 강력한 노인 정책이 요구된다 하겠다.

  그 정책의 중심이 주거문제이어야 함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정부는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다른 연령층보다 노인주거문제 해결에 보다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과 같은 젊은 층의 경우도 주거정책이 필요하기는 하나 그들은 젊고 능력이 있으니 상대적으로 긴급성이 떨어지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같은 국민이니 똑같이 혜택을 줘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보다 어려운 계층이 우선시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필자는 요즘 청년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는 쉐어 하우스를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매스컴을 통해 청년 쉐어 하우스의 실태를 보고 생각해 낸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요즘 청년들이 주거를 공유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이른바 하숙이라는 것이 있어 한 방에 2, 3명 많게는 4명 정도가 살며 숙박과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많았다. 지금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나 대부분은 원룸 등 자신만의 주거를 마련하여 사는 것이 대학가에서도 일상화되어 있다. 그러니 청년 쉐어하우스는 낯설기만 한 존재이다. 단지 집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방까지 공유하니 더욱 그렇다.

  그들이 불편을 무릅쓰고 집과 방을 공유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외로움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외였다. 혼밥 혼술 등 나홀로 문화가 확대되는 지금 외로움을 이유로 집과 방을 공유하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삶에 만족하고 있다. 넓은 방에 이단 침대를 놓고 살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불편보다 함께 사는 행복을 누리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러한 공유에 보다 익숙해 있을 노인들을 위한 쉐어하우스는 더욱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들은 경제적 문제도 있지만 건강이나 치매 등의 문제 때문에라도 홀로 하는 생활보다 함께 사는 쪽이 훨씬 바람직할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쉐어하우스는 노인의 주거문제와 함께 건강문제 자살 예방문제도 한 방에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공공주택을 활용하거나 또는 민간주택을 임차 또는 구입하여 노인들에게 쉐어 하우스로 재임대하는 것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월세가 최저 30만원 이상이니 20만원 이하로 쉐어 하우스에 거주하기만 해도 노인들의 삶은 여유로워진다. 식사 등을 함께 해결하면 생활비도 훨씬 저렴해지고 건강과 정신적 행복이라는 보너스도 얻는다. 잘만 운영하면 생각보다 예산도 그리 많이 소요되지 않은 가성비 높은 정책이 될 수 있다. 적극 검토 바란다.

  앞으로 잘해야 30년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간동안 우리는 노인들에 대한 편애가 필요하다. 물론 지금의 노인들 중에도 젊은이보다 더 여유 있고 풍요로운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그 대극에는 폐휴지를 주우면서 살아가는 어려운 노인들도 많다. 진정한 평등은 배려가 담겨야 하며 기계적 평등은 감춰진 차별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이제는 자식이 아니라 사회가 효를 실천하는 사회가 되어야 함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