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65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라
미국이 또 다시 지소미아협정연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번에는 방위비분담증액을 카드로 협상대표들이 예고도 없이 우리나라로 몰려 들어와 압박을 가할 태세이다. 징용공배상과 경제제재에 대하여는 철저히 제3자의 입장을 관철하면서도 지소미아문제에 대하여는 마치 자신들의 문제인 것처럼 나서는 모습이 참으로 기이하다. 어지간히 다급해진 모양이다.
우리는 이러한 미국의 조급함을 역이용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동아시아에 있어서 그들이 한국의 협력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를 반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방위비 증액 요구에는 원론적으로 대응하면서 한일문제에 대한 해결에 나설 것을 압박한다면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임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하기 바란다.
미국이 주한 미군을 철수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과거 카터대통령이 주한미군철수를 시행하고자 하였으나 결국은 철회하였다. 그것은 주한미군이 우리를 위해 주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동아시아정책에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주한미군의 철수로 동아시아의 힘의 균형이 깨진다면 그래서 극단적으로 말해 우리가 북한에게 무력통일을 당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의 영향력이 한반도 전체 미칠 것이고 그 경우 일본의 안보적 위험은 물론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입지는 상당히 좁아질 것이다. 과거 영국과 미국 등이 한국을 일본에게 넘긴 것도 대륙에 교두보를 두어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목적에서가 아니었던가? 그런 점을 감안 하면 한국은 미국에게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나라이며 따라서 주한 미군 철수는 있을 수 없는 정책이다.
지금은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을 놓칠 수가 없는 것이 미국의 입장일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일본을 부추겨 중국과 전쟁을 하게 하고 한국을 식민지로 넘겨주는 정책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그런 시대는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을 자기들 편으로 하기 위해서라도 주한미군을 절대 필요한 존재이다.
만일 이번에도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여 지소미아 연장을 조건 없이 허락한다면 우리는 미일동맹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것이다. 미일은 우리가 언제든지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는 장기판의 졸이라 여길 것이고 아울러 일본과의 역사문제는 또 다시 미래의 숙제로 남겨질 것이다. 그마저 일본의 주도 아래에 놓여질 것은 뻔한 일이다.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과 인조의 대외정책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박정희는 쿠데타 직후 미국을 방문해 케네디에게 “우리가 무너지면 당신들도 매우 곤란할 것이다. 그러니 원조를 하라”고 압박하여 많은 원조를 얻어내는 쾌거를 올렸다. 또 미국이 주한미군철수를 계속 압박하자 자주국방을 내세워 방위산업과 중화학공업의 육성을 동시 진행하여 국방력강화와 경제발전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인조는 그러한 실리적 정책 대신 명분에 매달리다 결국 병자호란을 자초했다. 당시 청나라는 우리나라를 침략할 의도가 거의 없었고 다만 조선이 명나라와 자신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주기만을 바랬다. 간단히 말하면 그들이 오히려 조선에게 부탁을 하는 입장이며 이는 지금의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인조는 그리고 서인세력은 이러한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친명정책을 노골적으로 펼침으로써 결국 청나라의 불신을 사서 굴욕의 역사를 불렀던 것이다. 병자호란의 비극은 결코 청과 명 사이에 놓인 우리에게 불가피하게 닥칠 숙명이 아니라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것이었음에도 우리는 그러한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이다.
우리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제제재는 우리가 그동안 의존하였던 일본에 대한 자주 자립의 의지를 일깨웠다. 반도체 산업이 어렵다면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고 현재 진행되는 국산화 내지 수입 다변화도 더 한층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일본이 신뢰할 수 없는 상대인 것이 드러난 오늘날 일본과의 경제협력관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아울러 미국에 안보를 맡기는 현실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1970년대 우리는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약한 나라였으나 박정희는 자주국방의 의지를 실현하였다. 하물며 국력이 북한의 몇 십 배인 지금 언제까지나 주한미군에 국방을 의존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 아니겠는가? 북한이 핵을 가지고 위협을 한다고 하나 그것은 미군이 있어도 막을 수 없으며 북한 정권이 자멸을 원하지 않는 한 그것은 결코 사용할 수 없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주한미군의 철수가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핵무기개발의 명분을 갖게 되기에 이 또한 우리에게 선택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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