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변화로 만들어지는 세상의 변화(1) 경제는 사상이다4
생각의 변화로 만들어지는 세상의 변화(1) 경제는 사상이다4
빈부의 격차가 커지는 현상인 양극화는 진보 보수진영을 막론하고 사실로서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하느냐는 점이다. 보수는 성장을 통해 해결되는 문제이니 성장을 위해 친기업적인 정책을 주장한다. 증세를 거부하고 경제규모에 맞는 복지정책실시(복지에 대한 제한) 비정규직확대 정규직의 축소 및 질적 악화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활동의 자유화 등을 통해 기업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게 해주면 문제는 해결된다는 신념을 조금도 버리지 못한다. 이에 비해 진보는 복지와 증세 정규직확대 규제강화 등을 통해 분배가 공정하게 이루어지게 하여 수요를 확대시킴으로써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하고 있다.
‘ 국제시장’과 ‘변호인’이라는 대조적인 내용의 영화가 크게 흥행을 이루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대표하는 작품들이기에 두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것이다.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 하에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살아온 시대는 동시에 인권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을 외치며 최루가스와 마시며 투쟁한 민주화의 시대이기도 했다. 민주화와 산업화는 결코 분리되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87민주화항쟁은 산업화에 의해 만들어진 중산계급의 민주화 욕구에 의해 민주화와 산업화가 하나가 되어 만들어진 위대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둘 간의 관계는 그 후 악화되었다. 형식적민주화가 이루어지자 산업화세력은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고 하며 민주화를 외면하였다. 프랑스대혁명수준의 의식구조라 하겠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라 할까? 눈에 보이는 수준에서 민주화가 이루어지면 그걸로 된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단계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님을 그 후 30여년 간의 세월 동안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산업화를 이끈 세대들은 산업화시대의 성공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성장지상주의에 대한 믿음 하에 민주주의의 발전 특히 경제적 민주주의를 외면하려고 한다.
18대 대통령선거의 결과는 그런 대립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산업화를 이끈 박정희의 딸 박근혜는 “다시 잘 살아 보세”를 외쳐 산업화의 시대를 재현하고자 하였다. 그녀는 재벌기업들과의 스킨십에 열중했고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 걸었지만 일년이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그것을 내렸다.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나 결과는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규제완화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우게 되었다. 여기에 대하여 “사람이 먼저다”라고 외친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이 되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분배를 통한 성장을 실현하고자 애쓰고 있다.
김대중정권이래 계속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은 이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미 이명박정권 때부터 동요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감세를 중심으로 한 친기업적 정책이 투자를 통한 성장을 끌어내지 못하고 기업잉여금만 쌓이게 된 결과를 본 박근혜정권은 더 이상 신자유주의에 매달릴 수만은 없게 되었고 최경환부총리의 발언은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이대로 가서는 정권재창출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박근혜 정부는 무너지고 문재인 정부에 의한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 같다.
아울러 한국사회도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김대중대통령은 당선 확정시에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진행시켜야 한다”고 정확하게 문제를 집어 냈다.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정작 외환위기로 인해 그가 한 정책은 신자유주의적인 것이었고 국민들도 그렇게 성장지향적인 가치관을 더 강화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늘날 한계에 부딪혔다.
경제를 좌우하는 것이 정치라면 정치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그 사회의 가치관 곧 사상이다. 그것은 쉽게 바뀔 수 없는 것이지만 오늘날 현실적인 필요성은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21세기의 주역인 젊은이들이 사상에 가치관에 좀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미래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는 오늘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아직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한 윌리엄 깁슨의 말이 안철수에 의해 인용되었다. 필자는 말하고 싶다. 미래가 와 있다고 해서 이미 정해진 것은 아니다. 미래의 요소들이 와 있고 그 중에 무엇을 퍼지게 하는 것인가는 아직도 현재를 사는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