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협회와 연맹의 학폭 조치는 꼬리 자르기를 통한 몸통보호이다.
배구협회와 연맹의 학폭 조치는 꼬리 자르기를 통한 몸통보호이다.
‘영구제명’ ‘드래프트 참가 자격 박탈’ ‘국가대표자격 박탈’ 화려한 단어들이 난무하였다. 기존 가해자에 대한 예외적 적용은 불만이지만 대체로 이번 조치에 만족해 하는 것 같다. 물론 이번 조치가 효과적인 예방 조치가 되기는 할 것이다. 이번 조치는 프로에의 진출을 꿈꾸는 학생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경각심을 느끼게 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번 조치에 문제의 본질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음을 느낀다. 쌍둥이의 경우를 보아도 알겠지만 그들을 ‘괴물’로 만든 것은 지도자들의 무책임과 조장임을 부인할 수 없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피해를 부모나 지도자들에게 알렸지만 돌아온 것은 입막음 뿐이었다. 심지어 부모조차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피해를 묵과하고 말았다. 그것은 지도자들의 억압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지도자들의 무책임과 방조 조장에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학폭 사건에 따른 지도자의 징계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사춘기 아이들이 지도자의 방조 내지 조장 비호 없이 그 엄청난 폭력을 휘두르기는 어렵다. 그들은 폭력의 그린 라이트를 받았기에 더욱 방약무도한 ‘괴물’이 된 것이다. 조직폭력배의 수괴는 조직원 보다 훨씬 엄한 벌을 받는 것으로 안다. 아이들을 ‘괴물’로 키워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고 통제했다면 그것은 조직폭력배의 수괴와 기본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필자의 생각에는 이번 조치는 전형적인 꼬리자르기 일뿐이라고 생각한다. 과정에는 눈을 감고 결과에만 책임을 물음으로써 지도자라는 몸통을 보호하고자 하는 꼬리 자르기가 아닌가 싶다. 나이 어린 학생들이 이러한 조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들의 행동을 절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어른들도 같은 수법의 사기에 반복적으로 당하는 것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학부모라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규정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도자들의 압박을 이겨내고 피해를 드러낼 용기가 그들에게 있을지 모른다. 결국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가 먼 훗날 폭로하여 가해자에게 보복을 하는 길 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그 아이가 잃어버린 모든 것을 회복할 길이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아이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게 하여 양자의 삶을 망가트리면서 지도자들은 평온한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쌍둥이 사건도 만일 그녀들의 지도자들이 올바르게 지도를 하여 문제가 커지기 전에 해결했다면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도 이런 비극적인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 아닐까? 그들을 고통에 몰아넣은 지도자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만일 그들의 잘못으로 또다시 학폭 사건이 드러나면 그 책임은 오롯이 어린 학생들의 몫이 되고 마는 상황에서 지도자들이 얼마나 예방에 힘쓸지 의문이다. 그보다는 눈 앞의 성적에 급급하여 이런 사태가 발생할 불씨를 방치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들은 무책임으로 일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 대한 책임추궁도 필요하다. 이번 사건에 학교가 얼마나 관여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해당 선수들의 고통에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학폭사건이 일어난 학교는 전국대회 출전 자체가 불가능하다. 출전정지만이 아니라 교육부차원에서 보조금 삭감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든 학폭사건이 폭로되었을 때 지도자 학교에 대한 제재가 주어져야 그들이 보다 관심을 가지고 예방에 힘쓸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 조치는 없었다.
정인이 사건에서 필자는 어른들의 카르텔을 보았다. 이번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의 삶을 담보로 자신들이 이익을 챙기는 사악한 카르텔이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들의 삶을 무너뜨렸음에도 그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으려는 생각이 이번 조치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숙현 사건도 본질적으로는 같고 다만 대상이 성인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도 언제까지 이런 몸통을 무시하고 선수들에게 가혹한 처벌을 가하는 꼬리 자르기를 계속할 것인가?
예전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친구의 물건을 훔친 아들에게 칭찬을 계속한 엄마 이야기이다. 그 아들은 결국 살인강도죄를 저지르고 사형을 당하게 된다. 그 때 아들은 엄마의 귀를 물어뜯으며 “당신이 나를 그때 야단을 쳤다면 오늘처럼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절규했다. 쌍둥이의 죄는 무거우나 그들을 바르게 이끌지 않은 지도자들의 죄는 태산처럼 무겁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정인이가 죽었을 때 우리는 ‘어른으로서 사죄한다’고 하였다. 필자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와 함께 가해자인 쌍둥이 모두에게 “어른으로서 너희를 지켜 주고 바르게 이끌지 못해 미안하구나”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이제 몸통에 손을 대는 결단을 내려야할 것이다. 그것이 제2, 3의 쌍둥이 사건을 막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