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는 없다. 이상하게 보이는 나라가 있을 뿐이다.
이상한 나라는 없다. 이상하게 보이는 나라가 있을 뿐이다.
일본에 대한 우리의 대표적인 편견을 두 가지 들겠다. 우리가 야동과 성적인 개방 때문에 일본을 성진국이라고 부르지만 실은 한국을 성후진국이라 해야 한다. 야동이 금지하는 선진국은 없으며 후진국에서도 야동은 제작되고 있고 성의 개방도 세계적 추세이다. 일본에서 사촌 간의 결혼이 허용되는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부분의 나라가 4촌의 결혼을 허용하는 현실에서 8촌까지 결혼을 금하는 우리의 규제가 과연 바람직한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일본사람들은 우리나라 부부가 같은 이불이나 침대에서 자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만 그것은 오해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일본과 같이 부부가 다른 이불이나 침대에서 눕는 경우는 드물다. 허그를 비롯한 스킨십의 한일 차이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에서는 스킨십은 극력 절제해야 하는 행위이다. 어느 쪽이 일반적인 것일까? 확실하게 모르나 선진국만을 염두에 둔다면 일본이 예외인데 일본사람들은 이 문제에 있어 우리를 특이하다고 여긴다.
두 사람이 서로만 바라보면 서로에게 이상함을 느끼기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을 하려면 제삼자에 대한 관찰을 토대로 결론을 내면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제3자’의 판단을 중시하는 것이다. 특수한가 일반적인가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인가 소수인가의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와 일본은 자신을 기준으로 서로를 판단하기에 서로에 대한 오해를 일으킨다. 전체적 우리보다는 개방적인 일본이라도 그 한계는 명백하다. 그들은 일본이 서양과 좀 더 가깝고 한국은 멀 것이라는 여기지만 일본의 모든 것이 우리보다 서양과 가깝지는 않다. 반대로 일본이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곧 일본만의 특징이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특이한 점을 이상한 것으로 여겨도 안 된다. 인간사회의 모든 현상은 한 인간의 현재가 그렇듯이 구조적인 원인과 역사적인 원인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요소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국가와 민족의 현재를 근거로 남의 나라를 함부로 이상한 나라라고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게다가 일본은 근대이래 주로 서양국가들과의 교류에 힘을 써왔기 때문에 그들의 특이함이 과장되어 버렸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서양에게 일본은 특이한 나라일 수 밖에 없었고 일본인 자신들도 그로 인해 자신들을 특이한 나라로 여기게 되었다. 그런 일본이 한국의 특수성을 비난하는 것은 한국을 서양이나 자신들와 동등한 나라라고 여기지 않고 있으며 그런 나라의 특수성이 보편성을 가질 리가 없다고 하는 선입견에 사로잡힌 데서 비롯되었다.
이것은 일본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지게 함은 물론 일본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방해하게 된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을 서양과 동양 어느 쪽과도 다른 특수한 존재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는 서양에 대하여는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한 의도적 노력과 더불어 동양에 대하여는 우월감을 갖고자 하였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이른바 ‘탈아입구’론 적인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사고는 일본 문화에 존재하는 보편성과 동아시아적인 요소 그리고 일본적 특수성의 구별을 곤란하게 하여 진정한 일본적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게 할 수 없게 하고 마찬가지로 한국문화에서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 방해하고 만다.
이렇게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특수론은 동아시아문화를 모르는 서양의 일본학자들에 의해 확대되어 일본특수론을 확고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것은 일본에 역수입되어 일본 특수론의 확고한 근거로 자리잡았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수입되어 우리나라에 직수입된 일본특수론과 함께 일본이 특수한 나아가 이상한 나라라는 선입견을 강화하는데 이바지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일본특수론이 난무하지만 이를 검증하거나 확인할 역사적 고찰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 역사의 가장 큰 특징인 봉건제와 사무라이의 존재 그리고 막부 통치에 대한 이해는 우리에겐 쉽지 않다. 역사적 토양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에 대한 무지는 일본을 이해하는데 엄청난 장애이며 그로 인해 일본의 현재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역사는 그 민족과 국가를 이해하는 바탕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일본 그거 이상한 나라야’라는 식의 도피에 대한 유혹을 느끼게 된다.
필자는 이러한 사실에 착안하여 ‘일본은 왜 이상한 나라가 되었는가’를 집필하였다. 일본의 역사를 바탕으로 제국주의, 경제 대국, 기업국가, 평화국가, 기독교, 사무라이 등의 역사적 기원에 대한 분석으로 일본에 대한 바른 이해를 꾀하고자 하였다. E.H. 카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명제를 실현하여 역시와 현실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메우고자 한 것이다. 아울러 서양국가와의 교류로 일본특수론이 세계에 침투하여 일본특수론을 확고하게 한 사실을 통해 일본이 이상한 나라가 아니라 이상하게 보이는 나라일 뿐임을 입증하고자 했다.
일본은 이상한 나라도 특이한 나라도 아니다. 우리가 그들을 이상하다거나 특이하다고 보는 것은 우리의 시각이 편향되어 있고(과거의 역사로 인한 감정으로) 일본인과 서양인들의 합작품인 ‘일본특수론’에 의해 왜곡된 일본 인식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이 특이해 보여도 보편성에 의해 설명되지 못하는 경우는 없으며 이는 국가도 다르지 않다. 일본이 아무리 이상해 보여도 결코 보편적 법칙에서 빗나간 국가와 민족이 아님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상한’이라는 형용사 속으로 도피하는 것 때문에 그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할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점을 잊지 말라. 21세기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길은 이러한 오해와 선입견을 벗어나고 바른 인식을 갖는데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