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위기론은 과장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 위기론은 과장되어 있다.
기술의 혁명적 발전은 언제나 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가진다. 생산성의 놀라운 향상으로 인한 효과라는 빛은 그로 인해 발생할 그림자인 잉여노동력을 발생이라는 그림자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4차 산업혁명의 선택이 재앙일지 축복일지는 빛과 그림자의 승부로 결정될 것이다.
19세기의 제조업 혁명을 연구한 필자는 현재 유행하는(?) 비관론에 동의하기 어렵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이래 일어난 기술혁신이 최종적으로 재앙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피해는 일시적이고 부분적이었으며 영속되지는 않았다. 인류의 진보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적어도 기술혁명으로 불행해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 아닌가? 사람들은 기술혁신에 늘 비관적이었으나 비관론은 모두 빗나가고 말았다. 오늘날 제조업 혁명의 폐해는 그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고 있음을 상기하기 바란다.
우리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살펴 봄으로써 이에 대한 좀 더 확실한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마르크스와 레닌의 주장과 달리 1854년에 시작된 일본의 세계시장에의 편입은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었다. 이웃 중국과 조선의 열강에의 종속화와 달리 그것은 일본에게는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성장할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의 세계화와 마찬가지로 결국 그것은 각자의 자세와 조건이 차이를 만들었고 때마침 일본은 운좋게(?)적합한 조건과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것은 일본에게 예지능력을 통해 준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발전이 딱 들어 맞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그로 인해 동아시아 최강국으로 나아가 제국주의 열강의 일원이 된다
일본의 세계시장과의 만남이 행운이었던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면업이다. 방적과 직물 분야로 이루어진 면업은 두 분야는 초기에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면직물업은 상대적으로 작은 생산성격차와 수입면사의 도입으로 수입품에 대한 경쟁력을 일찍이 확보하였으나 면방적업의 경우 1,000배에 달하는 생산성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괴멸적 타격을 입었다. 관세자주권이 없는 상태에서 일본시장에서는 자유무역의 효과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근대 일본면업의 발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시장의 확대효과이다. 일본면직물업이 세계최첨단의 영국 면직물업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기술혁신이 가져온 시장확대효과가 발생했다. 그것은 수입면사를 도입하고 직물생산의 기계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저렴하고 품질 좋으 면직물을 대량으로 공급하게 된 것이 일본의 면업시장을 폭발적으로 확대시킨 것이다.
우리가 과거와 달리 오늘날 옷을 수선하지 않고 신품을 구입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효과이다. 경제발전으로 의류의 저렴한 대량 공급은 잠재적 의류수요를 현실의 수요로 변화시켜 폭발적 수요의 확대를 가져왔다. 일본 면직물업을 선진국에 대한 경쟁력의 원천도 이것이다.
일본 면직물업계의 이러한 시장확대효과는 일본산업혁명에 지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일본의 면방적업은 선진기술의 도입으로 경쟁력을 강화하여 가는데 급성장한 면직물업계의 면사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흡수하여 발전했으니 그 효과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나아가 면직물업과 면방적업은 수출산업으로 발달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산업혁명을 주도한 것까지 감안하면 그 파급효과의 한도가 어디까지인 알기도 어렵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일본의 제국주의화가 면업으로 인해 가능했다는 결론도 내리지 못할 이유가 없을 정도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긍정적 견해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농업혁명은 인류에게 식량의 문제를 해결해주어 여러 분야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경제활동을 가져왔다. 제조업의 혁명은 그보다 훨씬 큰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제조업 혁명은 수공업자들의 생업을 위협하여 기계파괴운동 같은 저항을 불렀으나 결국 인류의 삶은 전체적으로 크게 향상시켰다.
필자는 4차 산업혁명도 이러한 효과를 가져올 것임을 확신한다. 제조업 혁명의 시장확대 효와 그 파급효과는 보다 다양한 분야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와 결국 다양한 경제활동을 만들어냈다. 이제 먹고 입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보다 행복하게 먹고 입을 것인가가 우리의 관심인데 그것을 위한 각종 산업의 발달 가능성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그렇기에 필자는 4차 산업혁명이 인류의 재앙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제조업혁명은 많은 기존의 장인들을 일터를 잃게 했다. 인도의 경우 그로 인해 장인들의 뼈가 산천을 메웠다고 할 정도였다. 영국의 첨단직물제품의 ‘덤핑’적 공세에 본래 면업선진국이었던 인도가 당한 것이다. 하지만 인도 역시 일본처럼 첨단기술을 도입하여 이를 극복하였다. 장인들에서 노동자로 바뀌면서 보다 많은 고용이 창출되어 전반적으로 인도는 경제적으로 윤택해졌다. 그럼에도 인도의 빈곤이 해결되지 않는 것은 경제발전보다 인구증가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다를 거라고? 제조업 혁명 시절의 위기감과 지금의 그것은 유사하다는 것이 필자의 소감이다. 인류는 위기를 극복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의외의 사실에서 찾아야 한다. 제조업 혁명이 인류를 행복하게 했던 것은 기술 자체의 효과보다 그 폐해를 최소화하려는 인간의 의지였다. 민주주의의 발달은 그러한 의지의 실현이었다.
인류는 대부분의 인간을 파멸시킬 정도로 이기적이지도 멍청하지도 않다. 발전의 폐해를 해결할 노력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역사가인 필자는 도킨스이나 피터터친이 말한 것처럼 인간은 경쟁적 존재이면서도 협조를 잘하는 생물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 게다가 부자끼리만 살면 부자 대접을 못 받으니 자신들의 부를 부러워할 존재는 남겨둬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