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누군가를 착취하는 사회의 비극
누군가가 누군가를 착취하는 사회의 비극
목차
1. 사랑받는 재벌 비난받는 재벌 그 차이는?
2. 누군가가 누군가를 착취하는 현실 –벼룩의 간이라도 뜯자!
3. 피 묻은 돈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1. 사랑받는 재벌 비난받는 재벌 그 차이는?
재벌이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저 배가 아파 그렇게 비난을 한다고 하기도 하나 그렇지는 않다. 재벌은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다. 그러기에 사회적 책임도 큰 것이다. 재벌이 만들어진 것은 사회라는 구조와 그곳에 있는 구성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극의 추운 오지와 적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재벌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을 생각해 보라.
스웨덴의 발렌베리재벌은 그런 점에서 훌륭하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기에 스웨덴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스웨덴 주가 총액의 40% 국내총생산의 30%를 차지하는 막강한 힘을 소유한 그들이지만 후계자 선정에 있어서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여 무능한 사람이 기업을 좌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기업 이익의 85%를 법인세로 납부하여 사회발전에 공헌한다. 아울러 노조의 대표를 이사회에 등용하여 노사화합을 꾀하고 있는 점도 매우 주목 할 만한 사실이다. 150년간 5대에 걸쳐 이어온 이 재벌은 “기업의 생존토대는 사회다”라는 정신으로 사회와의 협조를 게을리하지 않는 존경받는 재벌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벌은 기업을 사적 소유물 정도로 여기고 갖가지 편법과 불법을 통해 확대하여 나가고 있다. 재벌이 생긴 지 이제 3세대가 되었다. 아직도 창업자가 생존해 있는 재벌도 있지만 지금은 2대에서 3대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대가 한 번씩 넘어갈 때 마다 일족의 수도 급속히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들에게도 재벌의 특권과 부를 누리게 하려면 보다 많은 기업과 재산이 필요하니 그들의 불법과 편법도 기승을 부리게 되는 것이다.
편법상속은 대표적인 범죄행위이다. 최초에 증여세를 내고 재산을 만들게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헐값에 계열사 주식을 인도받아 상속세를 전혀 내지 않는 편법상속을 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문제가 되어 재판을 받아도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무죄판결을 받아내어 편법상속을 오히려 합법화하는 것이다.
골목상권의 침탈 행위도 마찬가지이다. 재벌이 중소기업의 업종에 침투해 오는 것은 단지 이익의 극대화를 꾀하려는 의도만이 아니라 계열사업을 확대하여 자손들에게 재벌로서의 삶을 유지시키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빵집 커피점 유통업체 등 골목에 들어서는 업종에 진출함으로써 많은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면서까지 그들은 대를 이은 번영을 이루고자 한다.
기업 이익의 극대화 역시 일족의 번영과 무관하지 않다. 하청업자에 대한 원가 후려치기를 통해 하청기업이 가져야 할 이익마저 강탈한다. 백화점의 경우 입점업체에게 부당한 수수료를 강요하고 대형마트의 경우 부당한 할인 행사를 통해 부당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소비자에게 공정한 가격이 아닌 폭리를 취하는 가격으로 국민적 사기극을 연출하기도 한다. 보험회사는 고객에게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쓰고 있다. 불법 파견노동자를 고용하여 임금을 착취하고 비정규직을 늘려 역시 노동에 대한 대가를 축소시켜 부당이익을 챙기기를 주저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해 긁어모을 수 있는 이익은 다 긁어모으는 것이다.
“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千人血) 금동이의 좋은 술은 천인의 피땀이요
옥반가효만성고(玉搬佳酵萬成膏) 옥반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촉루낙시민루락(燭淚落時民淚落) 촛농 떨어질 때 백성 눈물 흘러내리고
가성고처원성고(歌聲高處怨聲高) 노래소리 높은 곳에 원성 또한 높도다“
춘향전에 나오는 시로 이도령이 어사출도를 외치기 직전에 두고 간 시이다. 백성의 고혈을 짜내고 살과 뼈를 갈아 영화를 누리는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를 비판한 내용이다. 오늘날의 탐관오리는 누구인가? 바로 재벌이 아닐까 싶다. 재벌과 악덕 기업들은 여러 가지로 이 사회의 약하고 돈없는 사람들의 피와 눈물 살과 뼈를 갈아 먹고 있는 것이다.
위의 시를 현대판으로 바꿔 보자.
“사모님의 명품백은 노동자의 피땀이요
아드님의 외제차는 하청업자의 기름이라
골목상권 침탈할 때 자영업자들의 눈물 흘러내리고
매일 현금 입금 쌓일 때에 가맹점주들의 원성 높도다“
너무한 거 아니냐고? 뭐가 너무 한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등을 쳐서 부당이익을 챙기는 모습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이들의 만행이 어디서 비롯되는가? 바로 재벌가족의 번영을 위한 것이 아닌가? 품위를 가장하며 다니지만 그야말로 칼만 안들었지 조폭이나 강도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무리들인 것이다. 일족이 늘어나면서 대대손손 번영을 구가하기 위한 발악은 앞으로도 계속 되고 더 심해질 것이다.
오해하지 말 것은 재벌가족이 악한 거지 기업이 나쁜 것은 아니다. 기업은 그들 재벌가족의 탐욕에 동원되고 있는 것이지 기업이라는 것 자체의 가치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재벌이 전후 해체되었지만 그들이 거느렸던 기업들은 도리어 발전하여 전후 고도성장이라는 놀라운 업적을 남겼다. 재벌들은 자신들이 없으면 기업이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그들이 없어진다고 망한다는 보장은 없고 도리어 그들의 주구가 아닌 좋은 기업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음을 일본의 고도성장은 말해주고 있다.
2. 누군가가 누군가를 착취하는 현실 –벼룩의 간이라도 뜯자!
재벌에 대한 비난이 곧 일반인에 대한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남의 뼈와 살을 갈아먹는 존재들은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이다. 연예기획사를 보라. 몇 년전 유명 아이돌 그룹의 멤버 일부가 노예계약을 근거로 소속사를 바꾼 사건이 있었다. 연예인 지망생들을 먹잇감으로 삼아 장기에 걸친 부당한 계약을 맺어 그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을 갈취하는 연예기획사도 칼 없는 강도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연예인 육성을 위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장기계약은 불가피하다고 떠든다. 처음 육성할 때 드는 비용을 나중에 유명해졌을 때 들어오는 수입으로 메꾸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럴 듯한 논리이다. 게다가 데뷔조차 제대로 못하고 떠나는 지망생들의 육성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하니 더욱 그럴 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연예기획사 사장들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익을 보면 과연 그 말이 얼마나 사실일까 생각이 든다. 초기의 손해를 메꾸는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이익을 손에 넣고 있다면 그들의 수입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당연히 소속사 연예인들이 벌어들인 돈이 아닌가? 그들이 월급을 받던 주식배당금을 받든 그것은 연예인들이 몸으로 뛰어 벌어들인 피같은 돈이다. 그것을 그저 빨대 꽂아 벌어들인다고 하면 너무한 것인가?
연예기획사란 연예인 용역회사라고 해야 한다. 과거에는 자영업이었던 연예인들이 이제는 기업의 직원이 되고 말았다. 아니 노동자라고 해야 한다. 파견노동자로서 수입을 거두어 많은 부분을 착취당하는 셈이다. 재능과 노력에 의해 탄생하던 연예인이 마치 공장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생산 하듯이 생산되어 나오는 상품이 되어 자생력을 잃고 기획사라는 노동자파견회사의 노동자로서 착취당하고 있는 것이다. 만들어지기까지 모든 과정에 기획사가 개입을 하니 그 울타리를 벗어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기획사와 방송국 언론 등의 검은 커넥션은 그러한 어려움을 더욱 크게 하니 별 수 없이 그들이 던져주는 뼈다귀라도 주어 먹으면서 살아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거대한 강자들만 착취자의 자리에 앉는 것은 아니다. 편의점 주인이라는 보기에 따라서는 약자이기도 하는 사람들도 착취의 선봉에 서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면서도 “편의점에 무슨 할 일이 있다고 최저임금을 요구하니? ”라고 버티는 것이다. 그게 안 되면 자기가 직접 일하던지...최저임금을 줄 형편도 안 되면서 알바생은 왜 고용하나? 하지만 자기노동착취는 싫은 모양이네?
누군가가 누군가를 착취하려고 하고 그것이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프렌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을 가맹점은 직원이나 알바생을 착취하려고 한다. 아파트 관리소는 주민의 돈을 갈취하려고 꼼수를 부리고 경비원들을 해고하여 이익을 늘리려고 혈안이다. 학원원장은 학부모의 돈을 갈취하기 위하여 위기의식을 조장한다.
3. 피 묻은 돈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0이 많습니다.” 2012년 대선에 출마하여 기발한 공약을 내놓은 허모 후보의 명언(?)이다. 그는 신혼부부에게 5천만 원씩 도합 1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으로 화제를 모았다.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약속인데 그것에 대한 답으로 내놓은 것이 이 명언이다. 가끔 매스컴에 의해 밝혀지는 부정부패를 접할 때마다 국민의 혈세를 도둑질 하는 인간들이 저렇게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하지만 부정부패만이 도둑질은 아니다. 필요 없는 곳에 낭비되는 예산이 그 얼마나 많은가? 일본에서는 가까운 곳에 다리가 두 개 동시에 개통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교통량이 많아 불가피하게 만들어진 것은 절대 아니다. 주어진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다리 자체도 그다지 쓸모가 없지만) 두 개의 다리가 나란히 만들어지는 것이다. 부정부패도 불법도 아니지만 명백한 도둑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들의 돈이라면 그렇게 쓰겠는가? 예산을 집행함으로써 자신들의 힘을 확대시키고 싶은 공무원들의 도둑질 환수 받을 길이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아마 절대 낭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세금도둑만 도둑은 아니다. 줘야 할 돈을 주지 않고 받아서는 안 되는 돈을 받는 것도 도둑질이다. 이순신 장군의 청렴성이야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가 얼마나 청렴한 지를 말해 주는 일화가 있다. 휴가를 떠나게 된 그는 군대에서 주는 휴가용 쌀을 받아서 집에 돌아갔지만 그 쌀을 자신의 식사분만큼만 소모하고 남은 분량을 가져와 반납을 하였다. 왜 가족에게 주고 오지 않았느냐는 상사의 질문에 이 쌀은 나에게 주어진 것이지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니니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반납은커녕 덤으로 더 받아갈 형국이다. 내가 받지 말아야 할 것을 받으면 누군가가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알 수 있는 결과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애당초 필요 없는 것을 거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 더 많이 받아낸 것이니 이 또한 도둑질이 아닐 수 없다.
어떤 기독교도가 천국과 지옥의 체험을 했다고 한다. 그가 지옥에 갔을 때 천사가 이렇게 말했다. “저 비명 소리가 들리나? 저 소리는 받아야 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원한을 품고 죽은 영혼들의 외침일세. 하나님께서는 저들의 외침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네” 천사는 그에게 지옥의 모습을 보여 주며 “저들은 남의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배를 채운 자들이네. 똑똑히 보게”라고 하였다. 그곳엔 불구덩이에서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목격자는 그 모습을 잊지 못하고 돌아와서 그것을 전하는 일에 일생을 바치게 되었다. “여러분 남의 돈을 떼먹지 맙시다 ” 하며.
물론 이러한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지금도 누군가는 이러한 슬픔으로 한을 품고 살아갈지 모른다. 그런 원성을 들으면서 남의 돈을 떼어먹고 살아가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그것은 어쩌면 피 묻은 돈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사치와 낭비를 위한 돈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명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도둑질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나라이다. 예수가 세례를 받은 요한이라는 사람은 구원 을 받기 위해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군인들은 힘으로 민간인의 금품을 강탈하지 말고 주어진 급여에 만족하라. 세금 징수인은 정해진 세금만 거둬라.”그는 이런 말은 하지 않았다. “주어진 급여를 모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써라. 세금을 되도록 적게 거둬라”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드는 일은 성인이 되야 가능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남의 피를 묻히지 않고 오늘의 번영을 이루었다. 이것은 세계에 내놓을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줄 것을 주고 받을 것을 받는다. 주지 말 것은 주지 말고 받지 말 것은 받지 않는다. 그로 인해 피 묻은 재물을 만들지 않는다. 그 대신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의 행복이고 마음의 평화이다. 우리사회가 그런 아름다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간단한 일이다. 행복이란 생각보다 그리 먼 곳에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