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기본소득과 함께 떠나는 미래여행(11)

닥터 양 2019. 12. 1. 01:08

8장 소크라테스는 노동의 가치를 높일 것이다.

여전히 저는 의문이 가는 점이 있습니다. 만일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부자들은 그들이 고용한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기본소득이 주어지니 그만큼 대가를 덜 주어도 될 것이라고 여길 것이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기본소득이 있으니 낮은 임금에도 노동을 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다 많은 수입을 위해서. 피고인은 그럴 경우 노동의 가치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겠습니다. 기본소득이란 생계를 유지할 액수이기는 하지만 보다 사치스러운 삶을 제공할 정도의 수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며 또 그래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결심한 시민들이 낮은 대가에도 불구하고 노동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일 그런 사람들이 다수 출현한다면 부자들은 그런 점을 이용해 대가를 낮게 지불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나는 이런 점을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왜 우리는 많은 돈을 원하게 되는 것일까요? 바로 그것입니다. 사치스러운 삶을 위하여서일까요? 아니면 여유로운 삶을 위해서? 많은 것을 소유하고 소비하기 위해서입니까? “

글쎄요. 일단은 보다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이 이루어지면 사치스러운 삶 보다 많이 소유하고 소비하는 삶이겠지요. ”

제가 시민들과 대화를 나눈 결과는 이렇습니다. 그들은 사치스러운 삶을 절실히 원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안정되게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고 하더군요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기본소득을 통해 기본적 생계가 가능해진다면 낮은 대가를 각오하고 노동을 하기 위해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큼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원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삶의 안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간은 누구나 늙어 갑니다. 나이가 들어 몸과 마음이 쇠약해지면 당연히 노동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필요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시민들은 굳이 그런 여유 돈을 모으기 위하여 노동을 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 노동이 불가능해져도 기본소득이 그들의 삶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 점은 매우 중요한 지적입니다. 또 병이나 사고에 대한 걱정도 돈에 대한 집착을 크게 하여 노동에 매달릴 수 밖 에 없는 이유가 되겠지요.”

그렇습니다. 병이 나서 일을 못하게 되면 어쩌나 아예 장애를 안게 되어 일 할 수 없는 몸이 된다면? 이런 저런 불안이 있으니 벌 수 있을 때 최대한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노동에 나서게 될 수 밖 에 없습니다. 이 역시 인간의 자유를 실질적 자유를 억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노동을 하고 안 하고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기본소득이 주는 또 다른 자유입니다.”

감동적입니다. 기본소득은 단지 지금의 삶 뿐 아니라 미래의 삶에도 자유를 주는 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생각할 문제가 있습니다. 아테네에는 많은 사설 학당들이 있습니다. 아실 것입니다. 그곳에서 젊은이들이 여러 가지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그들의 능력을 키워줘서 장차 보다 좋은 직업을 갖도록 해 주는 곳들입니다. ”

그렇습니다. 하지만 학비가 너무 비싸서 골치입니다. 특히 인기 있는 학당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수업료가 웬만한 집 젊은이들은 입학조차 꿈꾸지 못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어머니들까지 돈이 되는 일을 찾아다닌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든지 유명학당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돈에 매달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녀들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주고 싶어서라 할 것입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노예들이 일자리를 앗아가는 때이니만치 더욱 그런 간절한 마음이 생겨날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기본소득이 모든 사람들에게 조건 없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시민들이 안정되게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소망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자녀들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기본소득은 그런 소망을 어느 정도 이루어줄 것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비싼 수업료를 내고 유명학당에 보내야 할 이유가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하게 낮은 대가를 각오하고 일을 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게 될까요?“

자녀들을 염려하는 마음을 기본소득이 대신 지켜준다 이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시켜 주고 아울러 자녀들에 대한 염려도 대신하는 것 그것이 바로 기본소득입니다. 그렇다면 낮은 대가로 노동에 뛰어들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

그렇게 되면 도리어 시민들은 노동을 자기 맘에 맞는 대로 골라서 하게 되니 역으로 그들의 대가를 올릴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됩니까?”

그렇습니다. 모든 거래는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결정됩니다.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을 오를 것이고 팔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은 내려갑니다. 기본소득에 의해 보장된 삶을 살게 된 시민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자연스럽게 노동의 대가는 올라갑니다. “

노동의 가치가 역시 올라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본소득이 노동을 오히려 귀하게 만들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요? 모두가 걱정하는 대로 아무도 노동을 하지 않게 되어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지게 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시민들은 싫어도 노동을 해야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노동할 것인가 굶어죽을 것인가 하는 식의 양자택일의 삶을 강요당해 온 것입니다. 그러니 자유를 제대로 누릴 수 없었습니다. 또한 노동의 가치는 형편없이 떨어졌고 노예들에게 그나마 노동할 기회마저 빼앗기고 있으니 그 절박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노동을 강요당하지 않고 살게 됩니다. 그로 인해 도리어 노동의 가치가 올라가니 이거야 말로 일거양득이 아니겠습니까? ”

하지만 저는 여전히 걱정되는 일이 있습니다. 피고인은 안정된 삶에 만족할 것이라고 말씀 하셨지만 ..그러나 인간의 욕구란 끝이 없습니다. 안정을 이루면 그 다음에는 더 좋은 삶이라 할까 더 수준 높은 삶을 원하는 것이 인간 아니겠습니까? 여전히 그럴 위험은 남아 있습니다. 낮은 대가로라도 노동을 하여 남보다 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겠다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죠. 부자들 중에 피고인의 기본소득론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 아닙니까? 기본소득으로 생계가 가능하니 대가를 훨씬 적게 주고도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게 될 거라는 것

결국은 처음에 제기한 질문에 대하여 아테네시민들이 어떤 답을 가지고 있을까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왜 돈을 필요로 하는가 라는. 소비하고 소유하는 것에 만족하며 산다면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인생의 행복일까요? 노예처럼 일을 하며 살더라도 많은 것을 가지고 쓰고 사는 것이 과연 행복인가 하는 의문에 그들은 어떻게 답을 할까 궁금해집니다. 어쩌면 우리 인간들이 찾아야 할 가장 중요한 답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