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과 함께 떠나는 미래 여행(7)
제4장 소크라테스 다른 대안을 반박하다. (1) 신자유주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역시 한 때 아테네 최고의 지성으로 존경받던 분답게 훌륭하게 말씀을 하신 것 같습니다. 일단 그 점에 대하여 저도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주장을 지지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점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한 명의 증인을 모시겠습니다. 경제문제에 조예가 깊으신 분입니다. 오랫동안 경제에 대하여 공부하고 연구하셔서 많은 글과 연설을 통해 잘 알려진 분입니다. 그 분에게 소크라테스 피고의 주장을 반박할 기회를 드리고자 합니다. “
이윽고 증인이 등장하여 증인선서를 하고 증인석에 앉았다.
“증인께서는 그동안 경제에 대한 연구를 해 오신 것으로 알 고 있습니다. 그런 증인의 입장에서 소크라테스피고의 대안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과연 현재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할 수 있을지 아니면 보다 나은 대안이 있다고 여기시는지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씨의 대안은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마치 닭을 키워서 병아리를 낳게 해서 계속 번식시키는 것을 통해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눈 앞의 닭을 잡아먹자는 생각과 비슷 합니다. 게다가 현금을 직접 주자는 것이니 더욱 위험천만합니다. 절대로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대안이 아닙니다. 저런 방법으로 사람들의 인기를 얻어 권력을 쥔 정치인들이 꽤 있습니다만 대부분 말로는 비참했습니다. 나라 경제는 엉망이 되고 사람들은 더욱 비참한 삶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인기주의’의 대가는 가혹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역시 전문가의 생각도 저와 같군요. 역시 닭을 키워 번식시켜 꾸준히 잡아먹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겠지요. 좀 더 구체적으로 대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마치 물이 위에 모이면 아래로 떨어지는 것과 같이 우리는 경제를 성장시켜야 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낙수효과’라고 하지요. 다른 말로는 파이의 확대라고도 합니다. 파이가 커지면 사람들에게 돌아갈 몫이 저절로 커지게 마련입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물을 모으고 파이를 키우는 작업이 잘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 좋은 방법은 쓸데없는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해주고 세금을 감면해 주어서 생산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최대한 물이 모아지고 파이가 커지면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씨가 말한 것처럼 돈을 모두에게 나눠주어 버리면 그냥 소비되고 사라질 것입니다. 새로운 생산활동으로 이어지지 않게 됩니다. 그럼 당장은 배가 부를지 모르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만족만을 가져올 것입니다. 마치 종자씨를 먹어버린 농민처럼 다음 번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니 더 이상 식량을 마련할 길이 없어지는 것이죠. “
“아하..그것 참 심각하네요. 실제로 파이를 키워 모두가 혜택을 본 사례가 있기는 합니까?”
“그럼요...동양의 어느 나라는 매우 가난했습니다. 그런데 그 나라에 어느 지도자가 나타나 일부 부자들에게 돈을 몰아주어 생산에 몰두하게 하였더니 결국엔 나라전체가 부유해지게 되었습니다 부가 커지고 계속 만들어지니 일반 시민들도 그 열매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우리 아테네도 이런 식으로 위기를 극복해야지 당장 현금을 준다고 해결될 수 없죠.”
“소크라테스피고는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증인에게 묻고 싶습니다. 증인이 말한 동양의 어느 나라의 경우 그것이 왜 가능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한 사례가 모든 나라에 적용이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럼요. 비슷한 사례는 수도 없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절대로 그럴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제가 아는 어느 부강한 나라의 경우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그 나라는 세계에서도 제일 부유한 나라였습니다. 한 때는 세계의 부의 절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정도의 나라였습니다. 그 나라가 위기를 맞이하여 증인이 말씀하신 것과 같은 대안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나라의 결말은 엄청난 경제위기였습니다. 결국 그 나라의 정부가 나서서 사태를 수습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나라 국민들이 과거보다 훨씬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자들은 나라의 부를 거의 독차지하게 되었고 일반국민들의 몫은 제자리거나 오히려 줄었다고 합니다. 물이 모아지기는 했는데 떨어지는 양이 너무 적었고 파이가 커지기는 했는데 몇 몇 부자들이 독식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배를 곯아야 했다고 합니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니 결국엔 성장 자체도 멈춰버렸습니다. 부자들은 부를 쥐고만 있고 일반국민들은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능력이 없으니 모처럼 늘어난 물품과 서비스가 제대로 팔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팔리지 않으니 생산도 할 수 없게 되고 생산이 제대로 안 되니 일반국민은 물론 부자들의 몫도 점차 줄어들 수 밖 에 없죠. 그래서 결과는 국가가 나서서 수습해야 하는 지경이 된 것입니다.“
“예전에 경제의 대가이신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경제를 움직인다고 말입니다. 만일 그 나라가 경제위기를 그대로 놔두었다면 저는 저절로 수습이 되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성급하게 국가가 수습에 나선 것이 문제입니다. 왜 나섭니까? 자연스럽게 다시 균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면 되는데 말입니다. ”
“지금 이야기는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위기로 인해 사람들이 그것도 가장 약한 사람들이 파멸을 맞이해도 그냥 방치하라는 말입니까? 물론 그렇게 하면 수습이 되겠지요. 하지만 그로 인한 손실은 누가 책임집니까? 부자들이야 어떻게든 일어서겠지만 일반국민들은 과연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요?. 너무나 무책임한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희생입니다. 그 희생을 통해 우리는 보다 나은 삶을 살게 됩니다.”
“경제가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해 봅시다. 증인의 이야기는 이렇게 들립니다. 모든 것을 자유롭게 놔두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 마치 자연의 순리대로 모든 것이 정리될 것이라고. 그러니 국가나 시가 나서지 말라고 하는 말이죠.
하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요? 사람들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가능할까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법과 질서를 세워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 주게 되었습니다 경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대로 놔두면 어떤 형태든 정리가 되겠지만 그 결과는 약한 사람들을 비참한 삶으로 몰아넣어 버리는 것이 될 것입니다. 지금의 아테네가 바로 그런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닙니까? 과거 우리들이 증인이 말한 것처럼 파이를 키우고 물을 모으는 식으로 시를 이끌었고 그 결과가 오늘의 참담함이 아니었습니까?
국가가 시가 왜 존재합니까? 국민과 시민의 삶을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거 아닙니까? 단지 안정된 모습만 보여주면 그것으로 끝입니까? 아무리 파이가 커지고 물이 모아져도 그것이 모두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채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든 올바르게 분배되도록 하여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임무 아닐까요? 증인의 말대로라면 국가도 시도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
“국가나 시는 존재할 이유가 있습니다. 외국으로부터의 침입을 막아주고 치안을 바로잡아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존재이유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안전하기만 하면 모든 게 끝입니까? 밥을 굶든 말든 그냥 안전하면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습니까? 그건 아니지요. 부자들이야 그 정도면 만족할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국민은 그렇지 않습니다. 생활의 궁핍함을 해결해주는 것 그것 역시 국가의 존재이유인 것입니다. 그것을 포기한 국가는 참다운 의미의 국가가 아닙니다. ”
소크라테스의 열변은 모두를 침묵시키고 말았다. 그의 간절함의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