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필수품인가?
자동차는 필수품인가?
나의 작은 아버지께서는 내가 어렸을 때 자가용운전수셨다. 명절이 되면 작은 아버지께서는 자신이 운전하는 차를 몰고 할아버지, 할머니 댁으로 오셨다..어린 나로서는 그 차의 주인이 누군지는 알 길이 없으니 작은 아버지가 엄청난 부자인 줄 알았다...그 때 자가용은 서민에겐 지금으로치면 람보르기니 정도로 아니 그 이상 으로 꿈과 같은 존재였다...아무리 작은 차라도 차를 갖고 있는 집은 일단 부자였으니까...티브이가 있어도 괜찮게 사는 집으로 취급되던 시절이니 어련 하겠는가?
세월이 지나 1984년 쯤으로 기억하는데 드디어 우리집도 차를 사게 되었다..정말 기뻤다..아직 차를 소유하는게 일반적이지 못한(겨우 티브이와 냉장고가 일반화된 시절)때니만치 자부심조차 느꼈다. 비록 소형차이지만....그로부터 우리가족은 어디를 가든 차로 가게 되어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지금사람들은 그게 왜 부러운 건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나자 자부심은 약간 열등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나는 비교적 덜했지만...아버지는 그러셨다..내가 새로 이사간 아파트가 비교적 유복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어서 차가 많았을 뿐 아니라 중대형차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특히 아주머니가 중형차를 몰고 다니는 모습을 보시면"아줌마도 큰 차 모는데 난 겨우 이런 똥차나 몰아야 되냐?.."하며 한 숨을 쉬셨고 ..나 역시 그런 소리에 마음에 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 년후 나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가 자동차 때문에 너무 놀라고 말았다..일본에 가니 우선 자가용이 없는 집이 없는건 말할 것도 없고 우리는 꿈에서나 생각하던 벤츠 BMW,볼보 같은 차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게 아닌가? 선진국이 괜히 선진국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집은 비록 우리보다 좁지만...그건 아마 워낙 인구가 많아(우리의 3배정도)그러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니 우리나라도 완전히 마이카 시대가 되어 있었다. 집집마다 차가 없는 집이 없을 정도였다. 우리집은 차가 없었고 지금도 없지만 그건 돈이 없어서라기 보다 비용이나 여러가지로 볼 때 차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가끔은 그것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뭔가 뒤떨어진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해서..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차를 살 생각이 없다..물론 상황이 달라진다면 모르지만..여기서 상황이란 이런 것이다..즉 내가 차를 사서 다님으로 인해 내가 하는 일이 큰 시너즈 효과를 볼 수 있을 경우 그리고 내가 엄청난 소득을 올리게 될 경우 (최소 월 500이상)이다..예를 들어 여기저기 이동해서 일을 해야 하며 이동시간 단축이 중요해진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들이는 돈이 월 500이상이 된다면 당연히 차를 사야할 것이다...그런 경우엔 나라도 차를 살 것같다..
그러나 돈을 많이 번다해도 이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생각해볼 문제이다. 이동을 해야 한다고 해도 수입이 적다면 자칫 버는 돈 보다 차 운용비용이 더 들지 모르니 그것도 곤란하다...따라서 위의 두가지 경우가 함께 오지 않는 한 차를 살 생각이 지금으로서는 없는 것이다...
차를 살 경우 물론 많은 잇점이 있다..무엇보다 가족들이 함께 이동하는 것이 편해지니..자연 가족끼리 어디를 가거나 하는 일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가족의 유대감이 좋아질지 모른다...또 더울 때나추울 때 이동하기가 쉬워진다...버스나 전철을 기다리는 불편도 없어지고..이래저래 편리한 점이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편리한 점 못지 않게 단점도 많은 것 같다.. 무엇보다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든다. 차를 구입하면 일단 차구입비가 최소천만원정도는 들 것이다. 요즘은 더 비쌀지 모른다...그것을 할부로 낸다면 3년이라 해도 한달에 30만원이상이 들 것이다. 조금 좋은 차를 사면 40에서 50도 든다...거기에 보험료와 세금을 합하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40만원이상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들게 되어 있다. 40만원이면 가족이 외식을 몇번 할 수 있을까? 한번에 4만원을 잡아도 10번이다...
하지만 유지비는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요즘 휘발유값이 장난이 아니지 않는가? ..나는 자동차를 운전한 적도 가져 본 적도 없어 모르나 자동차가 기름 먹는 하마라는 것 쯤은 잘안다..그럼 한달에 10만원은 들지 않을까? 최소한...게다가 주차비 고속도로 통행료 등등...아무리 아껴쓴다 해도 60만원은 들 것 같다....일년이면 700만원?...10년이면 7천만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물론 이것은 사고나 그 어떠한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음을 전제로 한다. 만약 불의의 사고라도 나면 돈은 고사하고 생명이나 신체의 위험마저 느껴야 할 것이다...대중교통수단도 물론 사고의위험은 있다. 그러나 매일 밥먹고 운전만 하는 프로 운전사가 우리같이 가끔 운전하는 아마추어보다는 훨씬 안전하게 차를 몰아 줄 것이 아니겠는가? 대중교통수단은 대개 덩치도 크니 사고가 나도 좀 더 안전하다..게다가 사고가 났을 때 내가 피해보상을 해 주어야할 의무도 없다..도리어 보상을 받을 지언정...
자동차를 갖는 것에 따른 단점은 더 있다. 자동차가 있으니 한 번 나갈 것 두번 세번 나가게 될지 모른다.. 기름 값도 기름 값이지만 그에 따른 비용도 불어난다...나는 차를 몰고 먼 곳에 있는 마트에 와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간다..얼마나 싸게 살지는 몰라도 기름 값이니 뭐니 하면 얼마나 남을지 의문이다..게다가 아이들 데리고 와서 이것저것 간식을 사먹기도 한다..과연 싸게 산 건지 의문이다...
주차문제도 그렇다. 비용은 고사하고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는 것도 고역이 아닐까? 난 그런 경험이 없지만 내가 탄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주차 때문에 고생하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곁에서 볼 때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데 본인들이야 어떻겠는가? 게다가 재수없으면 남의 차를 긁어서 졸지 물어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경험한 바다..물론 내가 아니라 내가 탄 차 운전수가...
차를 운전하면 손해 보는 것은 또 있다... 운전하자면 책을 볼 수 없을 것이다..차에 타서 책을 읽는 재미도 쏠쏠한데 용빼는 재주가 없는 바에는 운전하면서 어떻게 책을 보겠는가? ..운전하며 가니 피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운전을 안하면 하고 싶은 거 마음대할 수 있다..책을 봐도 되고 음악을 들어도 되고 피곤하면 한 숨자도 되고...가끔 나는 이런 농담을 한다.."나 오늘 기사 딸린 대형차 타고 왔어요"라고 ...맞는 말 아닌가? 버스는 기사 딸린 대형차이다....단돈 1000원남짓하는 비용에 나는 목적지까지 기사 딸린 대형차를 타고 안락하게 갈 수 있는 것이다..때론 더 큰 대형전기차도 탄다 ..바로 전철...안전면에선 최강이다..벤츠나 람보르기니가 아무리 좋다 한들 이만한 안전을 보장할까?...
결국 차를 소유하고 운전을 한다는 것은 이런 저런 부담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 된다..물론 돈이 많은 부자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기사가 끌어주는 차를 편안히 타고 기름 값 걱정따위는 애시당초 안하면서 다니는 부유층이라면 차를 소유하는 것이 좋은 일이 될 것이다...그런 분들은 차를 사서 우리나라 자동차공업발전에 기여해 주기 바란다...있는 사람들이 돈을 안 쓰는 것은 어찌 보면 얌체짓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에게 자동차가 과연 필수품인가 묻고 싶다. 개인택시나 화물 트럭을 모시는 분들 바쁜 영업을 위해 분주히 이동해야 하는 분들..그런 분들에겐 차가 곧 생활수단이니 필요할 것이다..하지만 그외에 사람들은 어떨까? 그 많은 부담을 절약해서 보다 필요한 용도에 쓴다면 생활이 훨씬 여유롭지는 않을까?
사실 서민에게 한달 50에서60만원의 돈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닐 것이다. 외식 이야기도 했지만 그외에도 여러가지로 쓸 수 있다.아이들 교육비 또는 주택비용 노후대책 등...대중교통을 이용해 한달에 10만원이 든다해도 40-50만원을 아낀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될 것인가? ..30년을 모은다면 든든한 노후자금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오늘도 많은 가정이 차를 구입하고 또 이를 사용하고 있다...샀으니 쓰지 않으면 손해 같아서 열심히 굴리니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역시 큰 부담이다..여름이면 휴양지로 향한 고속도로는 자동차로 들어찬다...갈 때도 고생길 올 때도 고생길인데 .차라리 대중교통으로 가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편안히 갈 것을 말이다...
급할 때 요긴하다고? 글쎄 그렇게 화급을 다투는 일이 있는 지 모르나 요즘은 예전과 달라 택시도 전화 한통이면 아주 빠르게 와 준다. 물론 비용을 더 줘야 하지만 ...차를 소유하고 유지하는 비용과 비할 바가 아니다..급하면 그렇게 하면 된다. 짐이 많아도 마찬가지이고...여름에 휴가? ...정 그렇다면 택시를 대절하라..물론 큰 비용이 들지 모른다..하지만 20만원이 들어도 그 쪽이 저렴하다..일년에 20만원이니 말이다...
혹시 우리는 실제적 필요성보다는 일종의 허영심이나 자존심을 위해 차를 구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이 다 사는 데 자신이 사지 않으면 뒤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나 자신도 가끔 느껴지는 그런 감정말이다...과거엔 큰 차를 소유해야 훌륭한 인간인 것처럼 여겨지던 시대도 있었는데 지금도 그런 생각이 완전히 사라진것은 아닐 것이다...물론 부자가 큰 차를 소유하는 것에 대하여 불만을 늘어놀 생각은 없다..하지만 능력없는 서민이 그것을 흉내내다가 평소의 삶이 괴로워진다면 너무나도 어리석은 것은 아닐까?
한국사람들의 과잉평등의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 한다. 자동차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평소에 그다지 쓸모가 없음에도 차를 구입하고 소유하며 막대한 유지비와 부담을 떠안고 "먹고 살기 어렵다"라고 한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도대체 누구를 위한 자동차의 구입과 소유인지 냉정하게 돌아보고 판단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과거에 가난했던 시절엔 자동차가 풍요의 상징이었겠지만 이젠 더 이상 아니다. 자동차 갖고 있다고 해도 여간한 고급차가 아니면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는 시대이다. 따라서 자동차구입은 자신의 상황과 필요를 고려하며 실행해야 할 사안이 된 것이다.
3만불 국민소득시대가 되어도 국민들은 풍요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하지만 불필요한 소비를 필요한 소비인냥 착각하여 하고 있기 때문에 가계가 쪼달려서 그런 면도 있는 것은 아닐까??? 비단 자동차 뿐이 아니라 다른 소비의 경우도 그렇다..남이 하니 나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너도 나도 불필요한 소비를 늘려가다 보니 "먹고 살기 어렵다"는 한숨이 나오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비용은 쓰지 못한다..늙으신 부모님을 모시는 것은 "먹고 살기 어려워서" 못한단다. 이웃돕기는 "나 살기도 빠듯해서" 못하고...
또 불필요한 소비에 찌든 가계부의 적자를 위해 밤늦게 까지 일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이다...저녁이 되어도 부모님은 돈벌이를 위해 집을 비우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저녁을 먹는다..아이들은 미래의 고소득을 위해 밤늦게까지 학원을 다녀야 한다...가족의 유대감이 생기기 어렵다..무엇을 위한 돈벌이인가 한 번 묻고 싶다.
대한민국의 저녁은 썰렁하기만 하다...따듯한 식탁에 둘러 앉아 오손도손 이야기 꽃을 피우며 식사를 하던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을 오늘날 찾아 보기는 힘들어지고 있다. 훨씬 가난하던 그 시절에도 가능했던 그 모습이 왜 10배이상 풍요로와진 오늘날에는 불가능할까?....
어느 대선 후보는 캐치프레이즈로 "저녁이 있는 삶"을 내걸었다. 그 후보가 어떤 의미로 그걸 내세웠는지 모르지만 ...정치가 그것을 실현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우리가 오늘날 처럼 불필요한 소비를 필요한 것 처럼 해가는 한은 밤에 귀가할 여유 따위는 절대로 생기지 않을 것이다...
전에 내가 살던 동네는 빈촌에 가까운 동네였다. 아파트는 없고 다세대주택만 늘어져 있는 ..언덕이 있는 동네..그런데 그곳에도 어김없이 차들이 늘어서 있었고 놀라운 것은 에쿠우스나 그랜저 같은 고급차들이 가끔씩 눈에 띄었다는 사실이다..난 항상 "도대체이 차를 누가 탈까"라고 생각하곤 했다..그 차의 소유주들이 허영심에 물든 서민이 아니길 바라면서....